중년 유부남의 불륜을 다룬 TV극 ‘푸른안개’가 안방을 달군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40대의 남성이 20대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줄거리. 특히 남성들의 인기를 끌었다. TV앞에 붙박이된 남편이 눈꼴시려 채널을 돌려버리는 아내들이 많았다.
초혼의 신랑 신부에게 목각 원앙새 한쌍을 선물하는 것은 일반적 풍습이다. 금슬 좋은 잉꼬부부로 알려진 원앙새는 알고보면 암수가 모두 혼외정사를 즐기는 유부남 유부녀. 실제로 한 둥지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상당수 아비가 구구각색이라고. 따라서 목각원앙새는 ‘한평생 한사람만을 서로 섬기며 살아가기를 빌어주는 징표’로는 적합하지 않을 듯.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서식하는 휘파람새도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암수 모두가 남의 여자 남의 남자를 원앙새 못지 않게 밝힌다. 휘파람새 역시 한 둥지에서 태어난 형제간에도 유전자가 다른 경우가 30%나 된다는 것.
새들의 세계서는 수컷과 암컷이 여러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혼외정사를 하더라도 그 의도하는 바가 각각 다르다. 수컷은 자식을 숫적으로 늘리려고 하는데 반해 암컷은 자식들의 ‘품질’에 중점을 둔다. 여러수컷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암컷은 정자들 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게 만든 다음 가장 뛰어난 정자를 택하거나 여러 수컷들의 정자를 두루 활용,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식들을 생산,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변화에 대처하게 한다. 또 여러 수컷들과 사귈때마다 예물을 받는 암컷들은 많은 수컷들과의 혼외정사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기도 한다. 인간의 한 단면이나 다름없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들의 이혼사유중 ‘불륜’이 으뜸을 차지하고 있어 혼외정사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미국대통령이었던 쿨리지는 어느날 정력적으로 암소와 교미하는 수소를 보고 “저 소가 항상 같은 암소와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상대를 바꿨을때 욕망이 증대되는 것을 ‘쿨리지효과’라 부르게 되었다. 성개방풍조의 급속한 진행과 함께 ‘쿨리지효과’도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바람 피워서 잘되는 사람 없던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