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올 상반기는 부패에 연루된 전직대통령들의 수난기였다. 에스트라다 前필리핀대통령이 공금횡령으로 수감됐고, 후지모리 前페루대통령, 카롤로스·메넴 前아르헨티나대통령 등이 부패혐의로 기소되거나 해외도피중에 있다.
에스트라다는 대통령이 되기전 배우로 로빈후드같은 의적영화 주인공을 많이 했고, 영화속에서도 감옥에 수없이 갔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된후 영화와는 정반대로 제 주머니 채우는데 급급해 ‘공직도둑’으로 전락, 실제로 감옥에 갇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전직대통령이 致富와 관련해 감옥살이를 했었다. 독일의 한 경제학자는 이같은 고위공직자 부패를 ‘화이트칼라 강도’라 불렀다. 루트비히 플랑은 70년대 서독국립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금융계의 거물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한 사기꾼을 수사하던중 그로부터 1백만마르크를 받았다는 플랑명의의 영수증을 발견했다. 경찰이 플랑을 집중수사한 결과 그가 온갖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플랑은 기소되었고 3년간의 재판끝에 그의 업적을 참작해 사면했다.
고위공직자의 부정에 대한 법의 미온적 대응을 두고 그 경제학자는 “진짜도둑들은 언제 체포될지 모를 위험속에서 푼돈을 벌어들이지만 ‘화이트칼라 강도’는 책상과 전화, 몇장의 종이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다. 사법부는 작은 도둑엔 가혹하고 큰도둑엔 관대하다”고 비판했다.
비교적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독일에서도 통일을 이뤄낸 콜 前수상이 부패혐의로 낭패당한 것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든 공직자의 부패는 다 있는 모양. 다만 그 나라가 부패에 어느 정도 오염돼 있는 지가 문제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01년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한국이 10점 만점에 4.2점을 받아 91개국중 4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선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에 이어 6위, ‘부패지수 5.0이하 나라들은 정부와 행정집행에 있어서 부패가 상당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란 부연설명처럼 우리나라는 부패가 아직도 고질병이다.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부패방지법’이 방부제 구실을 얼마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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