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대통령의 ‘오기인사’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었다. 국회가 의결로 해임을 건의해 물러난 임동원 통일부장관을 대통령외교안보통일 특보로 임명, 국회의 뒤통수를 쳤던 것이다.
그때 대통령의 ‘오기인사’에 대해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를 두고 여당에서도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김대통령은 또 오기인사로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
각종 게이트에 대통령친인척등 주변인물들의 개입의혹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해주기를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뭉게버렸다. 임동원 특보 임명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당쇄신파의 2선후퇴요구로 물러난 박지원前청와대정책기획수석을 장관급으로 격상된 청와대정책특보로 다시 불렀다.
김대통령의 ‘박지원 끼고돌기’는 한두번이 아니다. 朴특보는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문화부장관을 하던중 ‘한빛은행게이트’ 연루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지 6개월만에 정책기획수석으로 임명돼 청와대로 다시 갔다. 이번엔 청와대를 떠난지 80일만에 재복귀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DJ식인사’를 두고 ‘DJ는 못말려’라는 말이 국민들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김대통령이 민주당총재직을 내놓으면서 국정에만 전념, ‘脫정치’를 약속한 상태서 ‘비선(秘線)정치전문’으로 알려진 朴특보의 영입에 대해 야당은 ‘명분따로 인물따로, 국민을 속이는 이중수(二重手)인사’라 비난한다.
천하의 才士 제갈공명도 인사에서는 실수가 있었다. 중원진출의 요충지인 가정(街亭)전투서 마속에게 지휘를 맡긴 것이다. 유비는 죽기전 재기발랄한 마속에 대해 “마속은 자신이 하는 말만큼 쓸모가 없어 중대한 임무를 맡길수 없는 인물”이라는 말을 공명에게 남겼다. 공명은 유비의 당부를 무시하고 마속을 지휘관으로 기용했으나 위군에게 대패, 공명의 중원진출 대망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공명의 신상필벌은 단호했다. 아들처럼 사랑하는 마속을 눈물 흘리면서 처형,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보였다. 그런데 DJ에겐 제갈공명 같은 ‘읍참마속’의 결단력이 부족한 것 같다. 오기 때문인가, 잔정이 많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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