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시골길을 가다가 마을 글꾼들이 개를 잡아놓고 詩會를 하는데 엉거주춤 끼어들었다. 선비들이 시 한수씩을 지어 읊조리는데 김삿갓이 보기에는 가소로웠다.
“口尙乳臭(구상유취)로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입에 아직 젖냄새 나는군” 비렁뱅이 가 이따위 소리를 했으니 무사할 턱이 없다. “뭣이 어째!” 대더니, 김삿갓 하는 소리가 “狗喪儒聚(구상유취)라 했는데 뭐 잘못됐소?” 개가 죽었는데 유생들이 모여 있다란 뜻이니…
1972년 美大選때였다. 워싱톤‘워터게이트 빌딩’ 6층 민주당 사무실에서 ‘절도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워싱톤 포스트 기자 2명이 “아무래도 단순 절도미수사건은 아닌 것같다”면서 캐고들기 시작했다.
공화당 닉슨은 극력 ‘단순 절도사건’으로 몰아갔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두 기자는 결국 ‘도청장치 설치 미수’를 밝혀냈다. 닉슨대통령은 그 2년후 ‘불법도청 획책 및 거짓말죄’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사건이 바로 각종 ‘게이트’의 語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4대 게이트’로 시끄럽다.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인사’들.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이 불려와서, “돈 먹었지?” “안먹었다!” 검찰과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나온 피의자들의 말이 99.99% 거짓말이라 한다.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는 “이득을 본 일이 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 했으나, 持分을 받았음이 들통났다.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은 “단 한푼이라도 받았다면 할복자살하겠다. 진승현씨와는 일면식도 없다” 했다가 “구치소에 들어와 곰곰 생각해보니 진씨와 만나 식사한 기억이 난다” 했다.
이기호 전 경제수석은 “보물발굴 일로 이형택씨를 만난적 없고 엄익준씨도 잘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몇시간후 “이형택씨를 엄익준씨에게 연결해주었다”고 실토했다.
말을 둘러대려면 김삿갓처럼 재치 있게 하면 그래도 덜 미울텐데,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는 그 강심장과 두꺼운 얼굴이 가관이다. 이런 자들이 나라를 쥐고흔들었다니…. 이러다가는 이 나라가 ‘거짓말공화국’으로 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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