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이탈리아반도는 한반도라면 이가 갈린다. 1966년 7월 20일에는 북한에 졌고, 2002년 6월 18일에는 한국에 져서 16강에 주저앉아 ‘한반도콤플렉스’에 걸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하던 그 대제국 로마가 아시아 동쪽끝 작은 분단국에 졌다는 사실 자체가 조상 보기 면목 없는 일.
16개국이 참가했던 제8회 잉글랜드월드컵에 출전한 북한팀은 “철저한 비밀에 싸였고 괴팍스럽고 수수께끼 투성이의 팀”이란 소리를 들었다. 북한팀은 주최국이 정해준 호텔을 보안유지가 어렵다며 4번이나 거부했다. 결국 런던 변두리의 한 호텔을 잡았는데, 그 호텔은 아직 마무리공사가 덜 돼서 손님도 없었다.
북한선수들은 일체 외출을 금하고, 연습장면을 보여주는 법이 없었으며, 카메라맨 2명을 고용, 상대할 팀의 연습장면을 찍어오게 하고 방에 틀어박혀 그 사진을 분석했다.
북한팀이 이렇게 보안을 철저히 한 것은 ‘사다리 전법’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공격수 4명이 나란히 서 있다가 센터링이 날아오면 앞사람부터 차례로 떠오르는데, 뒷사람은 앞사람의 허리를 들어올린다. 평균신장이 1.65m밖에 안되는 북한선수들이 키다리들보다 높아질 방법은 ‘뒷선수가 들어올려주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골문에 한 골을 박은 선수는 박두익. 그의 마크맨은 ‘불가렐리’였는데, 그는 심한 백태클을 넣다가 넘어졌고, 공중에 떴다가 떨어지는 북한선수에 깔려 중상을 입고 업혀나갔다. 당시에는 선수교체 규정이 없어서 이탈리아는 10명으로 싸웠고, 박두익선수는 마크맨이 없어지자 펄펄 날았다.
‘전반 42분, 오른쪽에서 날아온 공을 하정원이 받아 문전으로 올렸고, 박두익이 튀어나와 강슛!’ 1골을 넣었던 장면이다. 이탈리아는 사다리전법에 속수무책, 우왕좌왕하다 말았다.
당시 북한은 프로투갈과 4강을 놓고 겨루었는데, 선취점을 올리고도 3-5로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이번에 박지성선수가 절묘한 슈팅으로 포르투갈을 1-0으로 잡은 것은 36년전의 ‘북한의 회한’을 풀어준 것이고, 우리가 22일 스페인을 이겨 4강에 오른다면 ‘4강의 한’까지 풀어 주게된다. 이것은 실로 남북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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