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랭킹 1위를 가리는 것도 좋지만, 최하위를 정하는 것도 관심사. 최하위는 203등이고, 202등과 시합을 해서 꼴찌를 정한다. 이것이 ‘꼴찌월드컵’인데, 이 경기도 FIFA로부터 어엿이 ‘A매치(국가대항전)’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올해의 202위는 ‘부탄’이고, 203위는 ‘몬세라트’. 부탄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히말라야산맥 동편 ‘山中국가’이다. 티베트문화권이어서 다들 라마교를 믿고, 사람들은 맨발로 다닌다. 외부인의 출입을 꺼려해서 아직도 秘境(비경)이고, 해발이 평균 2000m여서 접근하기도 어렵다.
몬세라트는 中美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인데, 어지간히 큰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넓이가 울릉도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고작 8000명, 그래도 엄연히 한 ‘국가’고, ‘국가대표팀’이 있어 ‘피파랭킹’에 들어 있다.
부탄팀과 몬세라트팀은 올해 꼴찌월드컵 경기를 부탄 수도 팀푸의 창리미탕경기장에서 열었는데, 부탄팀이 몬세라트팀을 4-0으로 대파했다. 부탄팀의 감독은 ‘아리 스칸스’, 그의 고향은 히딩크와 같은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출신 감독들이 다 성공해서 한 감독은 4강신화를 이뤘고, 한 감독은 피파랭킹 꼴찌를 면했다. 이 ‘꼴찌 월드컵’은 공식후원사인 네덜란드의 광고회사 ‘케셀스 크라머’가 30만달러(약3억6천만원)을 내어 치른 것이다.
부탄팀도 한 때 해체위기를 맞기도 했다. 99년도의 아시안컵 지역예선에서 쿠웨이트팀에 0-20으로 형편없이 지는 바람에 “때려치워라!” 소리도 들었으나, 한국 상업은행의 강병찬감독이 이 팀을 맡아 기량을 크게 향상시켜놓았으며, 201등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몬세라트가 부탄에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부탄 원정경기’에서도 고산병에 식중독까지 걸려 설설 기었고, 고산지대에 단련된 ‘강한 허파’에 ‘네덜란드 감독’까지 가진 부탄은 애당초 버거운 상대.
그러나 몬세라트 국무총리는 “이번 경기로 인해 우리의 국가이미지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꼴찌 만세’을 불렀다고 한다. ‘앞에서 1등’이든 ‘뒤로부터 1등이든’이든 1등은 1등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꼴찌가 있어야 우승도 빛이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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