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동야화처럼 아름다운 중국의 계림(桂林)지방에 ‘가마우지 낚시’가 수백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가마우지는 검은 잿빛을 띤 날지도 못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날개를 가진 새. 그러나 길고 끝이 구부러진 주둥이와 긴 목으로 재빠르게 물고기를 낚아챈다. 계림사람들은 가마우지의 목 아래부분을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해서 그것을 되꺼내는 방식으로 낚시를 한다.
1990년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끼(小室直樹)교수는 ‘한국붕괴(collapse of korea)’란 한국경제분석서를 출간했다. 고무로 나오끼교수는 경제기반의 중심이 되는 중소기업의 절대부족, 헝그리정신과 함께 사라져가는 근로의욕, 혁신적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토양등을 열거하면서 한국경제의 딜레마를 진단했다. 특히 그는 자본재·부품 국산화의 지지부진, 수출이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수입이 급증하는 체질을 ‘가마우지 경제’라고 표현했다.
한국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본에서의 자본재·부품의 수입을 늘려야 한다. 수출을 해서 벌면 벌수록 대부분의 이익은 일본으로 보내진다. 한국경제는 일본이라는 ‘가마우지 사육사’에게 수출이익의 대부분을 빼앗기는 가마우지 같은 신세라는 것이다.
13년전의 분석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상황이 이어져 오고 있다. 작년 한국 수출이 19,433억 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무역흑자는 155억달러로 집계됐다. 對중국 무역흑자는 134억달러로 전년도 63억의 2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對일본 무역적자는 185억 달러로 사상최대値 96년의 157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중국에서 번돈에 웃돈을 얹져 고스란히 일본에 넘겨준 셈.
지난 13일 韓銀이 발표한 ‘외화가득률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의 외화가득률은 63%로 8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수출이 양적으로 크게 늘고 있으나 그 果實의 40%가 주요 자재·부품수출국으로 돌아갔다.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마저도 미국주도의 질서속에서 실속을 챙기고 있는데 한국은 崇美·用美논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기초소재·부품의 국산화를 강건너 불보듯 하면 제2의 換亂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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