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면왕때의 일이다. 왕은 맹인들에게 코끼리라는 동물을 가르쳐주기 위해 그들을 궁정으로 불렀다. 코끼리 한마리를 끌고와 맹인들에게 만져보게한 후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맹인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 코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공이 같다했으며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동아줄 같다 했다. 배를 만져본 사람은 장독 같다고 했고 귀를 만져본 사람은 겨를 고르는 키 같다 했다. ‘소경 코끼리 만지기’라는 ‘群盲撫象(군맹무상)’의 고사다.
사람들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중병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정책담당자와 전문가들의 진단결과 그 병명이 제각각, ‘군맹무상’을 연상시킨다. 주치의격인 이헌제경제부총리는 “기업 가계등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소비를 기피, 우리 경제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한은 박승총재는 우리경제가 일찍 늙는 ‘조로(早老)증 환자’라고 했으며, 정운찬서울대총장은 ‘링거에 의지해 체온을 유지하는 허약체질’이라고 했다. 또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소장은 “개혁주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개혁조급증 강박증에 걸렸다”고 했다. 정문건 삼성연구소전무는 “순환기 장애에 걸렸다”고 했으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글러편집인은 “한국이 어두운 경제전망으로 마비상태”라 했다.
국민들의 경제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이처럼 합병증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전이 나와야하는데도 청와대와 정치권의 끝없는 이념유희와 정체성논쟁 등으로 처방전은 뒷전인 채 병세만 악화시키는데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우리경제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집권층의 불감증과 ‘위기관리 리더십’부재다.
어리석은 리더는 다가오는 위기를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다가 국가를 파탄내지만 뛰어난 리더는 위기와 과감히 맞서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 비약적 발전의 계기를 만든다. ‘소경 코끼리 만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탈진경제’를 소생시킬수 있는 처방전에 국정의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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