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에 신궁(神弓)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 감승이란 명궁이 있었다. 그가 활의 줄만 당겨도 짐승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나는 새가 떨어졌다. 그런데 감승에겐 비위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스승의 궁술을 능가할 정도였다. 하루는 기창이라는 사람이 비위를 찾아와 궁술 배우기를 청했다.
그러나 비위는 “먼저 눈을 깜박거리지 않는 연습부터 하라. 눈을 깜박거리지 않게된 뒤에라야 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다”면서 기창을 돌려보냈다. 집에 돌아온 기창은 아내가 짜고 있는 베틀밑에 반듯이 누워 베틀채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눈여겨보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뒤 송곳이 눈시울을 향해 떨어져도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자 그는 비위를 찾아갔다.
“아직 멀었다. 지금부터는 보는 연습을 하라. 작은 것이 크게 보이고 먼곳에 있는 것이 똑똑하게 보이게 되거든 나를 찾아오라”면서 다시 돌려 보냈다. 기창은 남쪽 창문틀에 말총으로 이 한마리를 메달아 놓고 멀리서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 열흘이 지나자 이가 점점 크게 보이더니 삼년이 지나자 수레바퀴만큼 크게 보였다. 그때부터는 무엇을 바라보든 산처럼 크게 보였다. 기창은 메달아놓은 이를 향해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이를 꿰뚫었으나 말총은 건드리지 않았다. 기창은 드디어 신궁의 경지에 들어섰다.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개인전 6연패(連覇)와 단체전 5연패 대업을 이뤄 ‘신궁한국’의 명성을 아테네서도 떨쳤다. 1984년 LA올림픽서 서향순 이래 김수녕 조윤정 김경욱 윤미진에 이어 이번 아테네올림픽서 박성현까지 금메달을 따내 한 나라가 올림픽특정종목에서 20년이상 ‘절대지존’의 자리에 군림한 것은 올림픽사상 처음이다.
FITA(국제양궁연맹)는 그동안 한국양궁의 독주를 막기위해 대회방식을 바꾸기도 했으나 ‘한국양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이를 극복, 계속 금자탑을 쌓아 왔다. 한국여자가 양궁에 강한 것은 피나는 연습도 연습이지만 특유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양궁의 특성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여성의 섬세한 손끝이 신궁의 신화를 엮어낸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여성은 자랑스럽다. 남자양궁 단체의 금메달도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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