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 부시는 비몽사몽간에 워싱턴의 혼령을 보았다. 부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에 가장 도움이 될까요” 물었다. 워싱턴은 “내가 했던 것처럼 정직한 본을 보여주게” 했다. 이튿날 밤 토마스 제퍼슨의 혼령이 부시의 침대로 다가왔다. 그는 또 국가를 가장 잘 다스릴 방법을 물었다. 제퍼슨은 “세금을 깎아주고, 정부를 작은 정부로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는 링컨의 유령을 만나 같은 질문을 했더니, 이런 대답이 날아왔다. “연극 구경을 가게” 미국 유머 한토막이다.
워싱턴 미국 초대대통령은 정직하기로 소문난 정치가여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일화가 실리기도 했다. 그는 3선 대통령으로 추대되었으나, “민주주의적 전통을 수립하기 위해” 기어이 사양했고,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토마스 제퍼슨과 해밀턴을 각각 국무장관, 재무장관에 중용한 인물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3대 대통령. 자유와 평등을 건국이념으로 삼아 국민의 삶에 정부가 너무 간섭하지 말게 했고, 나폴레옹전쟁으로 세계가 시끄러울때도 그는 중립·고립외교정책으로 분란에 휘말리지 않고 국가 기반 구축에 주력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은 남부군 사령관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2일 후인 1865년 4월 14일 워싱턴시 포드극장에 연극 구경을 갔다가, 남부사람인 배우 J·부스가 쏜 흉탄에 맞아 이튿날 아침 사망했다.
‘부시가 본 유령’은 단순히 웃어넘기자는 유머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정치감각을 잘 보여주는 것이고, 부시를 통렬히 비판하는 유머다.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고, 전쟁비용을 대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두고 우방국들에 부담을 지운 것은 잘못된 것이고, 남의 나라의 일에 끼어들어 국제적으로 욕을 먹는 것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니 집안단속이나 잘 하라는 충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링컨이 나타나 “연극 구경이나 가라”고 한 것은 “결국 너는 구제불능이다” 하는 뜻.
이라크 축구팀이 그리스올림픽에서 잘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시는 “그만큼 민주주의가 정착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니, 아무래도 ‘연극 구경’을 가야 할 인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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