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병원하고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남편이 급성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게됐다. 이것이 지극히 못마땅한 남편은 의사에게 불평을 했다. “하느님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맹장을 사람에게 달아준 이유가 뭔가요?” “이유가 있지요. 내가 내 아이들 대학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시려고 당신에게 맹장을 달아주셨지요”
‘외르크 블레흐’라는 사람이 지은 ‘없는 病도 만든다’란 책이 번역돼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노이로제’에 걸려서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결리고, 멀쩡한 사람이 갖가지 약을 책상서랍에 쌓아두고, 주머니에 잔뜩 넣고다니고 하는 것은 절대 ‘자기 잘못’이 아니고, ‘약장수’들이 끊임 없이 건강불안감을 조장해서 ‘억지환자’를 만들어내기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올더스 헉슬리’라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고는 단 한 사람도 없을만큼 의약학은 진보했다”고 비꼬았다. 악착같이 환자를 만들고 나서 약을 개발하고, 약을 개발한 후 또 악착같이 환자를 만들어가면서 약장수들은 돈을 버는데, 세계10대 제약사들은 심한 불황속에서도 13%의 순이익을 보았다.
러시아에서는 머리털이 매우 적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레린, 고르바쵸프 등이 그렇다. 일본 사무라이는 일부러 얼굴 길게 보이려고 윗머리를 잘라 대머리로 만들고, 중국인들(특히 청나라)은 ‘변발’이라 해서 앞머리 절반을 깎아버리기도 했다. 대머리를 ‘지혜로운 머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미국 대통령 중 대머리는 드물다. 특히 한 제약회사가 ‘발모제’를 개발 시판하면서부터 대통령 후보는 ‘머리숱이 많을 수록 유리’하게 됐다. 제약회사가 “대머리는 정신적 공황상태를 초래할 수 있고, 각종 정서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사회생활에도 불리하다”는 광고를 호들갑스럽게 내보내자, 어느새 대머리는 ‘스트레스의 원흉’이 됐고, 미국인들은 기를 쓰고 발모제를 샀던 것이다. 이것이 ‘질병 考案者’의 ‘억지환자 만들기’의 대표적 예이다.
‘억울한 환자’가 되어서 막대한 약값을 지출하지 않으려면, 일단 약장수들의 ‘교활한 술수’를 간파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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