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동물은 ‘나무늘보’일 것이다. 중남미 열대우림지역에만 사는 이놈들은 잠을 하루 18시간이나 잔다. 나무 새싹이나 과일을 먹으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하는데, 먹이가 얼마든지 있으니 부지런을 떨 필요가 없다. 풍성한 털은 보호색을 띨 줄 알아서 비가 올때는 녹색으로, 개인날에는 갈색으로 변하고, 열매 모양 나무에 거꾸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니 맹수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긴 다리와 갈구리 모양의 긴 발톱이 있어서 잠을 자면서도 잘 매달릴 수 있다.
가장 부지런한 것은 흔히 개미라 하지만, 개미의 행동을 연구한 서울대 최재천교수에 의하면, 한 마리의 개미가 일하는 시간은 하루 5시간이라고. 이 놈들은 인근의 약소민족을 공격해서 포로를 잡아오기도 하는데, 이런 노예가 많을 때는 더 게으름을 피운다. 개미집단의 3분의1은 예비군일 정도로 개미사회는 여유가 있다.
얼마전에 이탈리아의 코미디 배우 겸 작가인 ‘자니 판토니’란 사람을 비롯한 게으름뱅이들이 한 스키 휴양지에서 ‘제1회 전국 게으름뱅이 회의’를 열었다. 양복 입고 양말 신고 구두 신는 일련의 절차가 귀찮고 번거롭다 해서 이것들을 연결시켜 ‘단순화’한 저녁식사용 복장도 전시하고, “절대 남보다 먼저 행동하지 않는다” “실행은 남들의 몫임을 명심한다” “어떤 일에든 절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낮잠은 언제 어디서나 잔다” 등 ‘게으름10계명’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니 판토니는 “게으른 사람들은 부지런한 사람들처럼 땀을 흘리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어내는 현명한 방법을 찾으니, 게으름은 악덕이 아니라 ‘지적 능력’의 한 표현”이며, “게으름이야말로 시간에 쫓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장수’를 누리는 묘약”이라 했다.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달프다 했으니, 게으른 자들은 결국 머리가 좋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학자들이 ‘일중독증’에 걸리게 하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했다. 아무 보상이 없어도 죽기살기로 일만하게 하는 약인데, 원숭이 4마리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 약효가 석달 가까이 가더라고. 일을 해도 신바람나게 하는 약이 개발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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