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칠세에 부동석’이라는 유별론(有別論)이 강조됐던 조선조시대 물에 빠져 죽어가는 계수(季嫂)를 목격한 시아주버니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명분만 따지며 방관할수는 없는 일. 맹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했다.
‘계수가 물에 빠졌을때 손목을 잡는 것은 비상시의 부득이한 권도(權道)이다’
명분(名分)사회 조선조시대 맹자의 권도론을 앞세워 현실외교를 주창한 사람은 최명길(崔鳴吉).
배청숭명(排淸崇明)의 열기속에서 겨레의 살길을 찾아 홀로 화의(和議)를 역설해 더 큰 비극을 막은 현실파(現實派)였다.
인조 14년 2월 만주에서 사신이 왔다. 전달된 국서(國書)의 내용은 청주(淸主)를 황제로 받들라는 것.
척화파(斥和派)들은 분기탱천하여 배청열(排淸熱)을 한껏 고조시켰다. “우리가 모두 어육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싸워 보자. 하다못해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가 모두 싸우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결말을 보인 병자호란을 불렀다. 명분과 공론(空論)이 들끓을때 최명길은 “명분만 중한 것이 아니다”며 줄기차게 화의를 주창했다.
“오랑캐가 비록 더럽다하나 우리가 그들과 싸울 만한 힘이 없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하다해도 화의를 할수밖에 없다”
병자호란의 패배는 ‘삼전도의 치욕’을 안겼고 부녀자 수만명이 청군들의 노리개로 끌려가는 참화를 불렀다. 최근 정부 여당과 재계, 야당이 ‘출자총액제한’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싸움을 지켜본 시장에서는 삼성그룹마저도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재계는 오너의 공헌과 기득권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좌파적 분위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유분산을 강조하며 대주주 지분 축소를 유도하면 할수록 투자는 물건너 간다. 국민소득이 5천달러로 뒷걸음친다해도 골고루 나눠 먹고 사는게 낫다는 좌파적 경제관이 부자와 재벌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1만불 달성 이후 좌파적 공론(空論)이 현실을 짓누르고 있다.
좌파적 명분론의 결과로 빈털터리 평등 사회가 될것 같은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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