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 ‘사슴벌레’ ‘사슴하늘소’ ‘왕사슴벌레’ 같은 튼튼한 날개를 가진 갑충류 곤충들이 요즘 귀족대우를 받는다. 어디 무엇이 발견됐다하면 국내외 곤충학계가 떠들썩하다. 예전 이런 곤충들이 많을때는 별 관심 없다가 농약 탓에 차츰 개체수가 줄어들고 ‘멸종위기 곤충’이 되면서 정부가 법으로 보호하기에 이르렀다.
‘하늘소’는 얼굴이 소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뭘 끌어안는 성질이 있다. 더듬이를 잡아 들어올리면 끌려오지 않으려고 무엇이든 잡고 늘어진다. 그때 발밑에 돌을 놓아두면 발 6개로 그 돌을 끌어안는다. 아이들은, 어느 하늘소가 더 큰 돌을 들어올리나, 시합을 하며 놀았다. 돌을 잘 든다 해서 북한에서는 공식명칭이 ‘돌드레’다.
‘사슴벌레’는 집게가 사슴뿔처럼 떡 벌어지고 몸통이 둥그스럼한데 검은 몸이 윤기가 자르르해서 애완곤충으로 인기가 높다. 하늘소와 사슴벌레 사이에서 태어났나 싶은 것이 ‘사슴하늘소’인데, 동남아지역 열대· 아열대 산림에서만 서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것이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주변에서 2마리가 발견돼 세계곤충학계를 놀라게했다. 안동대 이종은교수는 러시아 곤충연구소에 자료를 보내 ‘딱정벌레목의 희귀곤충’이란 회신을 받았다. 이교수는 “이 곤충에 대해 영국 곤충관련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세계적 곤충학자들과 연구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사슴벌레’는 애완용으로 가장 인기가 높아서 ‘애완곤충의 왕’이라 불리어진다. 줄잡아 8만여명의 애호가들이 기르고 있는데, 애벌레 한마리에 3,000원 정도에 거래된다. 그러니 곤충농장이 계속 생기고 곤충가게도 늘어난다. 말하자면, 곤충산업의 총아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최근 ‘야생동물보호법’에 왕사슴벌레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해버렸다. ‘포획, 채집, 보관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때리게 한 것이다.
‘왕사슴벌레산업’이 된서리를 맞게됐다. 가만히 놔두면 ‘멸종위기’가 아니라 ‘생산과잉’이 될텐데, 법이 끼어들어서 망쳐놓았다. 아무래도 ‘행정초보운전자’의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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