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땅덩어리가 크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제국주의’로 휘몰아갔으나, 지금은 ‘홀가분한’ 나라들이 재미난다.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 폴란드도 그렇지만, 싱가포르는 인구 400만의 ‘도시국가’로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천달러, 세계최고 수준으로 산다.
싱가포르는 지독한 장기집권 일당독재국가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된지 40년이 지나는 동안 총리는 단 2명뿐이었고, 그나마 3대총리는 초대 리콴유총리의 아들, 독재세습정치의 전형이다.
싱가포르에는 정당도 집권당 하나뿐이다. 국민행동당(PAP)이 독판을 치고, 야당은 있는 듯 없는 듯 ‘구색’이나 맞춘다. 야당 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도 없으니, 말 한마디 삐딱하게 하다가는 ‘명예훼손죄’로 사정 없이 고소를 당한다. 실제로 야당 지도자가 명예훼손에 걸려 재판을 치르다가 파산하고 의원직까지 박탈당한 적이 있다. 야당탄압이 이렇게 심한데도 국민들은 계속 집권당을 지지한다. 지난 총선에서 PAP는 75%의 지지율에 의석 84석중 82석을 휩쓸었다.
이 나라에는 “Singapore is fine city”라 새겨진 기념품을 많이 파는데, fine란 말에는 ‘좋다’는 뜻도 있고, ‘벌금’이란 뜻도 있다. 외국인들은 두가지 뜻에 모두 공감한다. 껌을 씹다가 아무데나 뱉거나, 공공화장실에서 사용후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이 우리돈으로 10만원. 벼라별 벌금을 다 받는 나라여서 ‘세계에서 벌금 가장 많은 도시국가’라 불린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나라에 자원이 있을 리 없는데, 매년 7%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룬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 비결은 ‘정치의 권위주의와 경제적 효율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부패와 독선으로 흐르기 쉬운 ‘권력의 속성’을 철저히 차단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도자들이 이를 ‘신앙’처럼 지킨 덕분이다.
부패방지법도 삼엄하다. 뇌물죄로 해임된 공직자는 아무데도 취업할 수 없고, 형성과정이 불투명한 재산은 몰수하며, 무담보채무가 월급의 3배를 넘을 수 없고, 가족명의의 재산도 공개해야한다. 경제발전의 핵심요소는 ‘공직자의 청렴’임을 증명해주는 나라 싱가포르. 이런 식의 독재라면 누가 마다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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