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美人’ 이라면 대뜸 ‘엘리자베스 테일러’ 아니면 ‘오드리 헵번’이 떠오른다. 여배우들은 늙어 미워지면 ‘결단코’ 언론에 얼굴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오드리 헵번은 ‘굶주리는 어린이 구호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얼굴’을 스스럼 없이 카메라 앞에 내밀었다. 평생을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를 보여주던 성품때문이었다.
올해 72세로 온갖 병마에 시달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미국 연예잡지 ‘W’와 인터뷰를 했다. ‘세계 최고 美女’는 간곳 없는 얼굴이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 ‘클레오파트라’ 등에서 보여졌던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사람들은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고혹적 눈빛” “美의 상징”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 그래타 가보르의 은둔자의 신비, 그레이스 켈리의 차가운 열정, 그녀는 그 모든 것”이라 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에서 항상 ‘우아하고 품위 있는 귀부인’으로만 나왔다. 직업을 가진 여자, 혹은 허드렛일을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은 ‘미의 化身’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러나 미모와 달리 ‘건강’은 엉망이었다. 12살 소녀시절 영화 ‘내셔널 벨벳’를 찍을때 말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그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탓에 늙어서 덧나기 시작, 지금 7군데 수술을 받아야한다. 뇌종양,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등 온갖 병을 안고 살았고, 두 차례 폐렴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최고배우 다운 의연함을 보였다. 척추가 조각나 혼자 걷기도 어렵고, 심장이 거덜나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태지만, “내얼굴을 거울에 보면 볼록랜즈와 오목렌즈로 보는 것같고, X선사진도 우스꽝스럽게 찍혀 있다. 의사들도, ‘죄송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하니 재미 있지 않느냐”고 농담을 했다.
그리고 “나는 죽음을 정면에서 똑바로 노려보고 있다”면서 “이제 혼자 지내는 법을 배웠다. 내겐 친구도 있고 자식과 손주도 있어 외롭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내겐 멋진 추억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역시 그녀는 최고미녀를 넘어 최고배우다. 심신의 고통과 죽음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고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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