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설비 단속 효과 못 거둬

중국 철강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에 직면해 연쇄 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 보도했다.

중국 철강업계는 철강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이 중단되면서 철강 판매업자들이 연쇄 자금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일부 민영기업들은 고리대금 업자들의 고리 대출로 '한파'를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철강업계의 불황은 국내외 수요 급감으로 철강 가격이 폭락했는 데도 전국에 난립한 업체가 과잉 생산 설비때문에 감산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 성도 광저우(廣州)에서 철강 판매업을 하는 리여우(李友) 사장은 광저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철강 1근(500g) 가격이 배추 1근 값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돼지고기 값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하이(上海) 선물시장에서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 가격은 지난 7월 t당 2천위안(360만원)으로 곤두박질한데 이어 8월초 1천80위안으로 더 떨어졌다. 철강이 1근에 0.9위안(162원)으로 폭락한 셈이다.

광저우일보는 배추 값이 t당 1900위안에 거래되고 있고 돼지고기 값이 1 근에 10여위안인 것을 보면 철강 가격의 '추락'이 실감난다고 논평했다.

중국 철강 가격 폭락은 국내외 경기 불황이 첫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중 영국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우커강(吳克鋼)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철강 수요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고, 유럽은 철강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부동산 건설과 기초산업시설 건설이 살아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들이 유가하락으로 기초산업시설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

우커강은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 투자도 이번 불황을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철강업계의 과잉 설비 단속에 나섰으나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생산 설비는 계속 증가세를 보여 이번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일부 철강 판매업자들과 금융업계의 철강 사재기도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업자들이 철강업계 호황기에 사재기했던 철강을 투매하는 바람에 시장 충격은 더욱 컸다는 지적이다.

리여우 사장은 중국 철강업계에 불황이 닥치자 국유은행들이 대출금의 조기 회수에 나서 업계의 자금난을 가중시켰다고 불평했다.

그는 국유은행의 대출금 조기 회수는 전체의 40%에 달했고, 이를 기화로 은행들이 긴축에 들어가자 일부 판매업자와 민영업체는 고리대금을 대출받아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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