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구축 지연…내년으로 장세주 회장 부재 투자 미룬 듯

동국제강이 10년 넘게 추진한 숙원사업인 브라질 제철소의 고로 가동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동국제강은 4일 브라질 제철소 운영사인 CSP가 애초 오는 12월 말에 고로를 시운전할 예정이었으나 화입(火入) 시점을 내년 2분기로 미루고 이런 내용을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 등 대주단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화입은 쇳물 원료인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 불씨를 넣는 것을 말한다. 화입이 이뤄지면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가 박동을 시작한다.

CSP는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운영하기 위해 동국제강(지분율 30%) 등이 세운 합작사다. 브라질 철광석 업체인 발레(50%), 포스코(20%)와 함께 설립했다. CSP 프로젝트에는 총 54억6천만 달러가 투입된다. 화입 시점이 미뤄진 것은 제철소 관련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소 시공(EPC)은 포스코 건설이 2012년부터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10월말 현재 종합공정률은 95.7%다. 계획보다 3.7% 뒤처졌다. 특히 브라질 주정부가 건설을 약속한 철광석 하역 시스템이나 원자재 운송 도로, 교량 건설 등 인프라 건설은 계획 대비 10% 이상 늦어지고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추가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공사 현장의 노동 환경과 행정 절차 등에서 당초 계획과 다른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CSP는 뒤처진 공장 건설 공정을 따라 잡으려면 자원을 추가 투입하고 조업을 단축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인프라가 완공되지 못하면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고로 가동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국제강은 전했다.

또 최근 세계 철강 시황 회복이 지연되는 점 등도 연기의 이유가 됐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데는 기획 단계부터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장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애초 예정된 CSP에 대한 30억달러의 장기대출 계약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다가 지난 4월 가까스로 성사된 바 있다. 동국제강과 브라질 연방 정부 및 주정부 간의 협조 체제가 약해지면서 제철소 인프라에 대한 브라질 측 투자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라질은 현재 커지는 경제 리스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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