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뽑힌 20대 국회의원들 부정적인 기억 지워버리고 새 정치문화 만들어 나가야

아침저녁으로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던 낙동강 잉어들(2015년 10월 20일자 '제언과 제안')은 지난 해 11월 중순쯤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과 헤어진 작년 겨울은 그러나 유난히 추웠고 강바닥을 드러낸 가뭄 탓에 '이제 잉어 보기는 틀렸구나'라며 낙심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원주택에 연못을 파서 잉어를 기르던 동료교수는 겨울 한파에 잉어들이 냉동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마저 덤으로 전해준 터라, 얕은 수심의 임하댐 하상에서의 잉어 구경을 내심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3월 중에 적지 않은 단비가 내려 해갈의 기미를 보이더니, 며칠 전부터는 부슬비로 인해 강수량이 제법 불어났다. 물의 청명도는 강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눈에 힘을 주고 강바닥을 행여나 하면서 살폈다. 한 곳의 물결이 이상하게 튕기는 흐름을 보였다. 뒤를 이어 자그마한 물체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렇지! 잉어, 기다리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눈을 이리저리 돌리니 이곳저곳에서 잉어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갑자기 목덜미가 뜨뜻해 옴을 느꼈다. '너희들이 돌아왔구나' 물이 상당량 불어난 강에는 물결이 급하지 않았다. 잉어들의 움직임은 아직도 느릿느릿 했다. 지느러미질은 활기차지도 예민하지도 않았다. 물결과 잉어들이 마치 서로를 견주며 올해의 자맥질을 위해 서로 떠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작년에 작별한 잉어들은 어디로 갔는지, 씨알들도 훨씬 자잘해 보인다.

그들의 허름한 귀환에도 불구하고 잉어들을 보니 몇 가지 깨달음이 떠오른다. 우선 계절의 엄숙한 순환이다. 혹독한 추위이든 예외적인 가뭄이든 환경의 자질구레한 변화는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여 매년의 계절을 늘 색다르게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기한이 닥치면 다음 계절은 어김없이 도래한다. 이 순환은 임금의 명령보다도 더 엄숙하다. 그리고 이런 자연의 운행은 정지나 역행이 없다. 다음으로 나타난 잉어들은 어제의 그것들이 아니라 다른 잉어들이다. 비록 그 중의 몇은 작년의 것일 수 있어도 그들조차도 작년 봄의 잉어들은 아니다. 계절이 서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 잉어들은 작년의 것들과는 다르고 상대적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잉어들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작년과 같이 즐기려면 계절의 절대적인 시점을 잘 아는 동시에 자잘한 잉어들이 커가는 상대적인 시점과 모습을 각각 잘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어제는 잉어처럼 돌아온 국회의원들이 선출되었다. 4년의 엄존하는 계절에서 유권자는 참정권의 일환으로 그들을 뽑았다. 유권자도 당선자도 이런 엄위한 정치의 객관적 주기와 그 속에서 권력의 주체는 당연히 바뀐다는 엄존하는 법칙성의 의미를 무겁고도 두렵게 음미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의 어설픈 모습을 긍정적으로 기대하며 성숙시켜 갈 의무도 있음을 아로새겨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고, 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올해도 낙동강에 새롭게 등장한 잉어들의 동작은 아름답게 성숙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기억을 지우고 새로 된 의원들의 어설프지만 새로운 정치적 춤사위를 순수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 뽑힌 선량들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첫 세대의 싱싱한 잉어들이 되었으면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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