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 40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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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에 신문지 공예의 달인이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칠곡군 북삼읍 보손2리에서 살고 있는 김학술씨다. 그는 "예전 짚으로 물건을 만들다가 우연하게 신문지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그 세월이 40년이다. 그에 집앞에는 신문지로 만든 작품들과 함께 장승이 있다.

그의 손재주를 엿볼 수 있다. 안 마당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씨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신문지 공예를 가르쳐 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

평균나이 70대 중반에 노인들에게 이만한 치매예방 놀이는 없다. 노인들이 만든 일명 봉새기(물건을 담을 수있는 용도)는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자원재활용 측면에서도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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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집안에는 전선으로 만든 그릇 형태의 물건부터, 짚으로 만든 것, 빵끈(빵을 매듭 짓는 것)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공예품이 한가득이다. 현재는 생활하면서 사람들에게 이것 저것 퍼주다 보니까 소수정예만 남아 있는 상태다.


김씨는 힘들게 만든 공예품을 사람들에게 주면서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는 말을 함께 전한다. 망태같은 것은 생활속에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부인 이말순여사는 김씨의 옆자리를 지키면서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잉꼬 부부에 다정한 모습은 공예품과 어울려 화목이라는단어가 생각나게 했다.

세자녀를 두고 있는 김씨는 우리에 전통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신문공예를 가르치는 자리가 있으면 활용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봉새기 한 개를 만드는데는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린다. 집중력도 생기고 손가락 운동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우연하게 간파한 사람들의 요청으로 교육적 효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신문공예를 알려 감사패도 여러 개 받았다. 보통 기초단계에서는 복조리 만드는 것을 시연한다.

5개의 빵끈으로 이리저리 새끼 꼬는 방식으로 하다보면 복조리가 금방 만들어진다. 중급단계로 접어들면 기술이 필요하다. 주전자 형태의 항아리 등 굴곡이 생기면 손의 감각으로 스킬이 있어야 한다. 소쿠리 형태의 작품들은 보리 갈 때 바로 사용되는 실생활용품이다. 김씨가 짚을 꼬기 시작한 것은 10여살 무렵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동네 사랑방에 자주 갔었는데 그 때 당시 마을에 어른들은 짚으로 새끼꼬는 것이 일상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에 30대는 한창 때이지만 그 때당시에는 턱수염도 더부럽하고 곰방대도 꽤 긴 것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을 어른이었다는 것. 곰방대 크기에 따라 40대나 50대는 더 길게 피웠다고 옛일을 회상했다. 그때는 소쿠리를 빌리면 처음에는 빌려 주는데 두 번 째 빌릴 때는 짚풀 2단을 던져 줬다고 한다. 그렇게 어께 넘어 짚을 꼬는 것을 보고 따라 하다 하나 하나 만들게 된 것이 입문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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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참외농사를 조금하는데 시간만 나면 신문지로 공예품 만드는 것이 일과다. 또 요즘
은 교육 문의가 잦아지면서 집에 있는 작품을 교육장소로 옮기고 교육생들을 가르치고 다시 정리하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이밖에도 지난 해 칠곡군에 최대축제인 낙동강호국평화대축전때 선보인 장승을 올해에도 보여주기 위해 조각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 행사때는 김씨의 신문지와 빵끈을 활용한 공예작품 만들기 시연이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금새 준비해 간 재료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몰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전통에 대한 사람들에 관심을 읽을 수 있었던 것. 전통은 예전에 머물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평생을 바쳐 전하고 있었고 이를 전수 받은 이들이 또 다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통은 과거에서 출발했지만 현재에 있고 또 미래에도 있을 연속불변의 가치였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칠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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