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시는 무겁고 답답하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 계곡을 찾는 계절이 왔지만, 유명 피서지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자연이 그립고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이 계절에 경북 영천 쪽 팔공산에 있는 ‘치산계곡’을 소개해본다.

팔공산 동쪽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수려한 산세와 깨끗한 물이 한데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영천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 또한 사람 때가 묻지 않아 자연 그대로 청정함에 빠져드는 곳이다.

팔공산에는 수태골과 폭포골, 동산계곡, 금화계곡, 기성계곡 등 여러 계곡이 있으나 치산계곡이 가장 빼어난다. 그래서 봉화의 고선계곡과 영양의 수하계곡, 영덕의 옥계계곡과 더불어 경북도의 4대 계곡으로 꼽혀왔다.

이 계곡의 폭포 명칭도 다양하다. 영천 쪽에서는 이곳의 지명을 따서 치산폭포라 하고, 대구 쪽에서는 팔공폭포, 불자들은 절 이름을 들어 수도폭포라 하기도 한다.

빼어난 수석들, 장쾌한 폭포 그리고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뛰어나 퇴계와 금계는 물론 조용석, 김경기, 권치규, 김진성, 정태하 등 수많은 시인 묵객이 드나들며 시를 남기기도 했다.

한여름에는 손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시원한 물이 자랑거리며, 맑은 계곡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깨끗하고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무더위를 쉽게 쫓아낼 수 있기도 하다.

계곡 주변에는 캐러밴 캠핑장이 있으며 화장실, 에어컨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캐러밴은 6인용과 8인용으로 총 28대가 조성돼 있으며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5천㎡ 부지의 자유야영장도 있어 텐트를 선호하는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주변 볼거리로는 수도사, 천년고찰 은해사, 부처의 첫 500제자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거조암 등이 있다. 또한 계곡 상류에 있는 진불암의 석굴이 유명해서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 보면 영천군조의 불상항에 “팔공산 아래 진불암 계곡의 암석지내의 일부에 수도사에서부터 약 20정(약 2.2㎞), 진불암에서 수정(數町, 1정은 약 109m)의 산 중턱에 거대한 화강암 굴속에 자연석에 조각한 수호불 각 1개가 있는데, 표면에 균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전하고 다른 두 구는 일부 파손된 곳이 있어도 거의 완전에 가까우며 근처에 분쇄돼버린 2·3구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수도사 전경
그동안 이 기록에 따라 이 석굴의 삼존 불상을 찾으려는 시도가 여러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는 도굴꾼이 이 지역을 자주 뒤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개 텅 빈 석굴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곳의 삼존석불은 일본으로 반출돼 갔으리라 추측되기도 한다. 또한 이 지역이 6·25 때에 산판을 했든 곳이라 이곳에 있던 제재소 인부들이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 지역의 스님들 가운데 “고려말 신돈이 실각하면서 이 일대의 불상을 모두 부처굴(석굴)에 숨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면서 경주 석굴암이 제3석굴암이고, 군위 삼존석굴이 제2석굴암이며, 치산계곡의 석굴암이 제1석굴암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무더운 여름,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지루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치산계곡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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