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남한에서는 이런 급박한 상황을 도외시한 채 ‘고고도방어체계’ 미사일 설치 문제로 성주군과 김천시가 반대데모로 날밤을 지새우고 있다. 진작 마감했어야 할 문제를 정부의 어정쩡한 조처와 야당의 안일한 태도가 국론만 분열시키는 지렛대로 만들고 있다. 조처가 바보스럽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지금은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
광우병 파동에서처럼 이번에도 ‘소문’을 절대시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고 있다. 기왕에 닥칠 통일의 그림에 우리의 시선을 모은다면 현안을 빨리 마무리하고, 미국의 협조를 받아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힘의 추를 우리 주도의 통일논의로 맞추어야 한다.
방학 중에 아시아 한 나라를 여행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다녀왔다. 여행을 통해 분단 현실 때문에 나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4년 만에 이웃 나라 친구들을 만났다. 국제학회동료였던 그들은 독일과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로서 나와는 호형호제하는 절친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제발 남북이 형제인데 싸우지 말고 좀 잘 지내라. 너희들이 잘 사니 좀 품어라.’ 우리나라를 롤 모델로 삼는 그들이 보기에도 북한에서 온 노동자가 너무 딱했던 것이다. ‘누가 모르나?’라는 내심이 들었지만, 불화하는 동족 관계를 그들에게서 지적받으니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는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
JSA를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무장지대 출입을 위해 군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고 공동경비구역 출입을 위해서는 국정원의 허락을 받은 뒤 우리가 탄 버스를 선도 병사가 따라 붙고 특정한 지역에서 군 차량으로 다시 바꿔 타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탑승시간과 코스는 정해져 있고 사진촬영은 특정장소로 제한되었다. 공동경비구역의 건물은 북한, 남한, 유엔군이 구분 관할했는데, 우리의 관광은 유엔군 관할 남북회담 장소였다. 숨소리와 표정도 엄숙함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관광은 2시간 미만이었다.
임진각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왜 이 지역 관광에 외부규제를 받아야 하지?’ ‘양쪽에서 서로 헐뜯는 이유는 뭐야?’ ‘언제까지 비무장지대 남북에서 깃발 크기 싸움을 벌여야 하나?’ 마음에서 맹렬한 분노가 일어났다.
곧 닥칠 통일은 현재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준비가 잘 되면 통일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실제로 개인이 할 준비는 무엇인가? 우선 통일을 희구해야 한다. 바라지 않는 꿈은 실현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일과 삶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 경제적으로 빚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통일 후 북녘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 가지만 준비하자. 통독 후 서독인들의 하찮은 지식도 동독지역에는 유용했기 때문이다. 이제 하루하루를 이런 계획의 실천으로 통일을 풍요롭게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