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두번째 형집행정지 신청 받아들여

"딸이 세상을 뜬 뒤에야 풀려나다니..."

형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돼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뒤에야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서울남부지검은 3일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차장이 낸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김씨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오랜 수감생활에 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더해져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가족들이 지난 1일 다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와 검토 끝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의료진 소견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형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건강이 악화돼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만큼 주거지는 병원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뇌혈관 질환과 갑상선 질환, 피부 백반증, 부정맥 등을 앓고 있으며 최근 셋째 딸(25)이 결혼한 지 한 달만에 자살한 데 따른 충격으로 건강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차장은 지난 6월 셋째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검찰(서울중앙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김씨의 건강상태가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고 가족의 결혼은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결혼식 전날 형집행정지 기각 통보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영어(囹圄)의 몸으로 딸 결혼식장에 앉아 있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경ㆍ조사 때 일시 석방될 수 있는 '귀휴'(歸休)를 거부했다.

결국 아버지 없이 혼례를 치른 김 전 차장의 셋째 딸은 교도소에 갇힌 아버지를 걱정하는 메모를 남기고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친정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차장은 딸의 죽음으로 4박5일의 귀휴를 얻어 장례를 치른 뒤 지난달 25일 영등포교도소에 재수감됐으나 건강이 악화돼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김씨는 2000년 10월∼2001년 11월 정ㆍ관계 인사 등을 불법 감청토록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한 채 복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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