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3일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 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경북·대구 통합을 2021년까지 끝내고 2022년에는 새로운 통합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특별법을 만들어 통합이 물리적으로 이뤄지도록 만들면서도 대구경북연구원 등의 학자들이 통합의 장단점을 시·도민에 제시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난 26일 가진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이철우 지사의 생각과 한치도 다르지 않게 공감한다고 했다. 시·도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숙의 과정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떤 직위를 갖게 되면 그에 어울리게 변하게 마련이다. 자리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고, 천생 적임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매끄럽게 일 처리를 해나가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를 놓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10월 31일 박인건 새 대표가 취임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다.4급 팀장 이하 직원은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정규직인데, 대표는 3년, 예술감독을 겸한 공연예술본부장은 2년 임기제 계약직 신분이다. 총무
요즘 ‘색출’이란 말이 부쩍 눈에 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그렇다.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에 수사정보를 흘리고 내통하는 검사를 색출해 사법 처리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하는가 하면, 색출하지 못한다면 윤석열 검찰총장도 직위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민주당 내부의 강경발언도 나온다. ‘조국 퇴진’과 ‘검찰 개혁’이라는 두 갈래 줄기에서 국민도 극심하게 양분되고 있다.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다는 뜻을 담은 ‘색출’이란 말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색출’이란 단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은 편이다. 출입처가
얼마 전 대구의 한 기초단체장을 만났는데,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후보지로 내세운 입지를 다녀간 언론인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는 이야기도 보탰고, 신청사 후보지에 대해 새롭게 떠오르는 ‘다크호스’라고 극찬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신청사 유치에 푹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청사 유치’ 외에는 다른 이슈가 끼어들 틈이 아예 없어 보였다.신청사 존치와 유치를 놓고 벌이는 대구 4개 지자체의 경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전쟁’이 됐다. 허용한 기준을 넘어선 현수막에서부터 약속한 방법을 넘어 엘리베
“차라리 힘들고 아픈 시민에게 좀 쓰지”.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시복 의원은 속 시원하게 말했다. 지난 18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2018 회계연도 결산 승인 심사 때다. 경북일보 단독보도로 불거진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개선안에 대한 이야기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그라미 색상 두 개 바꾸는 데 3억5200만 원을 썼는데, 시민의 고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영애 문화복지위원장도 “시민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심각하게 고민할 사안”이라고 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의 생
대구시교육청 고위 간부가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느닷없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다른 간부 공무원을 통해서는 항소심 첫 공판이 끝나면 “비판적 기사 말고, 드라이하게 써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제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특정 정당 경력을 표시한 공보물 10만 여부를 발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 교육감은 2월 13일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받았다. 재판부의 판단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보수 교육단체도 출범했다. 우동기 전 대구시교육감, 이영우 전 경북도교육감 등 80여 명의 교육계 보수인사가 ‘강...
3년 전 10월 15일 그의 모교 대구공고에서 두 번째로 마주했다. 그는 1951년 대구공고 기계과(24회)를 졸업했다. 아내 이순자(79)씨의 손을 꼭 잡은 그는 버럭 화를 냈다. 3년 만에 모교 동문 체육대회를 찾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3년 만에는 무슨”이라면서 심하게 짜증을 냈다. 감색 챙이 달린 흰색 모자가 들썩일 정도로 두 눈을 부릅뜨며 화를 내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선하다. 대신, 기수별 동문이 입장할 때는 선글라스를 쓴 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었고, ‘각하’라고 부르는 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
7월 13일의 일이다. 쉬는 날인 금요일 이것저것 살피기 위해 대구경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아내가 주말 나들이 등을 다닐 때 입으라고 사준 반바지를 입고서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이런 마음이었다. 휴무일인데 반바지쯤은 괜찮겠지…. 반응은 두 갈래였다. “아무리 더워도 기자가 반바지를 입느냐”와 “속이 시원하다. 부럽다”. 시원하자고 입은 반바지 때문에 덥기만 했다. 폭염 도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공무원들은 여름철 에너지 절약 등을 내세우며 ‘복장 간소화’라는 걸 한다. 5월에 시작해 9월까지 적용하는데, 넥타이나 ...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다. 자격증도 필요치 않다. 전과경력이나 체납액이 많아도 된다. 독특한 바람이 거세게 일면 능력과 상관없이 손쉽게 꿰찰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놓고 하는 얘기다. 이런 경우가 과거 자유한국당 텃밭 대구·경북에서는 비일비재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와 한국당에 대한 실망이 똘똘 뭉쳐진 광풍이 또 그렇게 만들었다. 애초에 공약이나 정책은 관심도 없었다. 적어도 대구·경북에서는 파란색이냐 빨간색이냐가 중요했다. 백색이나 회색, 노란색이나 녹색 등은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22일 국립 경북대에서 의미 있는 회의가 열렸다. 이형철 물리학과 교수가 수장인 제22대 경북대교수회가 마련한 1차 평의회다. 35명의 교수가 1시간 40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정권의 해바라기나 부역자 역할을 하진 않았는지, 진리 추구와 정의 구현의 마지막 보루인 교수이자 지식인으로서 제 역할을 했는지를 반성했다. 대학본부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형철 의장은 “학교발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권력에 빌붙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면서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정책으로 국가적 ...
경북도는 최근 김장주 행정부지사, 주중철 국제관계대사, 정교철 안동대 지구과학과 교수 등으로 꾸린 효고현 지진방재시스템 벤치마킹 방문단을 급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내심 바라던 바였다. 기자는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국내 최대 강진이 발생한 이후 올해 6월 일본 효고현,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을 찾았다. 선진 지진방재시스템과 원자력 안전 대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11월 15일 국내 두 번째 강진인 포항지진 발생 후 효고현에서 배우고 느낀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본받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12월 6일 오...
1995년 1월 17일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효고현(兵庫縣) 고베시와 한신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가옥이 밀집한 도심이 아예 폐허가 됐다. 리히터 규모 7.3, 진원 깊이 16㎞로 가옥 24만9천180채를 전파 또는 반파시켰고, 6천437명의 사망·행방불명자를 낳았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라 부른다. 지난 6월 효고현 고베시 쥬오구에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서관 4층의 ‘1·17영화관’에서 참혹한 그 날의 아픔을 대면할 수 있었다. 규모 5.8의 경주 대지진을 겪고 지진 방재 대책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다...
1996년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출신 가수 고(故) 김광석과 고인의 딸 사망 관련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세간의 숱한 의심을 받는 그의 아내 서해순씨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그대로다. 서씨가 2015년 3월 김광석길에서 울려 퍼지는 김광석 목소리에 대해 저작인접권료 징수를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과 팬들은 씁쓸함까지 느꼈다고 한다. 2010년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옹벽 350m를 따라 만든 김광석 다시그리기길도 뒤숭숭하다. 그의 유품을 모아 6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