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매우 중요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 폴 발레리(Paul Valery)의 메시지다. ‘철의 여인’, 금녀의 세상에 도전한 영국 최초 여성 총리 마그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의 명대사도 생각의 중요성에 무릎을 치게 한다: ‘생각을 조심해, 생각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말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행동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해, 습관은 인격이 되니까’, ‘인격을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쉴 틈 없이 일하느라 지친 직장인들에게 훌훌 털고 여행 가서 마음껏 카드를 긁도록 부추기는 속삭임이었다. 신용카드사가 만든 단문 카피는 히트를 쳤다. 그리고 요즘 들어 이 추억의 속삭임은 중장년 세대를 위한 응원가의 일부가 되었다. 인생 전반기를 앞만 보고 달렸으니 은퇴 후에는 여유롭고 보람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서다.인생의 적정 단계가 되면 누구나 은퇴한다. 직장인이든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다 똑같다. 새로운 각오로 인생 2막을 시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제1막 1장은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국가를 물려줄 결심이 선 리어왕은 자신의 딸 중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고, 이에 그녀들을 불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다. 장녀 고네릴은 온 왕국의 영토 전부보다도, 차녀 리건은 진귀한 보석과 진주보다도 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이어 막내딸 코델리아는 아버지의 질문에 대해 “저는 당신을 소금과 같이 사랑합니다(I love you like salt).”라고 답한다. 흔하디흔한 소금 따위에 빗대어 자신
회고(회상) 없는 삶만큼 무미건조한 삶도 없을 겁니다. 우리 삶은 마치 후진이 불가능한 바퀴를 단 자동차 같아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속수무책으로 내달려야 합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차에서 내려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여행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우리네 인생행로에는 후진도 유턴도 없습니다. 후진도 유턴도 없는 인생행로에서 회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요즘 들어 더 실감합니다. “회고는 이제 우리 세대의 몫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가로 일생을 보내온
대학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2개월 이상의 긴 방학에 들어갔다. 중고등학교 역시 이번 달에는 대부분 방학을 시작할 것이다. 방학은 지난 학기의 학업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혹서(酷暑)나 혹한(酷寒)기를 피해 가지는 여가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이 시기를 이용하여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시간으로 쓰거나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교가 제공하지 않는 경험을 쌓기도 한다. 또한 시대적 변화와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방학은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엔화의 약세 배경에는 일본의 상대적 국력 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45엔까지 추락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5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120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3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하여 현재 143엔대를 횡보 중이다. 일본의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일본은행이 자국의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로금리를 고집하며 대규모 금융 완화를 이어가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기대 이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 최근에 잇따라 일어났다. 정치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G7 선진국에 버금가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을 G8으로 받아들이자는 국제 여론이 일고 있는 점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사건을 보면 인권감수성에 관한 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소위 ‘유령 영유아’ 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감사에 의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
Now N New의 “하나 되어”라는 노래가 있다. 1999년에 발매된 이 노래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서 기획한 것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구제 기금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당시 인기 있는 대중 가수들이 노 개런티로 다수 참여했기 때문에 한국판 “We are the World”로 일컬어지기도 했으며,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희망의 미랠 향해”라는 노랫말처럼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집단적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하나 되어!’ 이 구호는 ‘일심동체(一心同體)’, ‘한마음 한뜻으로’ 등과
아주 오래 전, 『고양이 키우기』라는 중편소설을 지역 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작가 중편 릴레이’ 중의 한 편이었습니다. 지방신문으로는 대단히 파격적인 기획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고료가 두둑해서 살림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소설 내용은 고양이 키우면서 겪는 이런저런 불편과 갈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처음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낀 여러 가지 소회들을 나열하면서 주로 제 안에 숨어 있는 가학적 충동, 열등콤플렉스, 근원결락강박, 분리공포 등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빈 둥지 증후군도 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
다시, KBS 수신료 논란이 한창이다. 2007년과 2010년 그리고 2014년에 걸쳐 꾸준히 ‘인상’ 논란이 일었으나. 번번이 좌초되었다. 전체 직원 4,800명에 1인당 평균 연봉이 8,100만원에 이르고, 억대 연봉자가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상은커녕 도리어 국민적 지탄만 가해졌다. 방만한 경영에 발목 잡힌 그동안의 인상 논란이 최근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2022년 기준, KBS 총수입 1조5,305억 원 중 수신료 비중은 6,935억 원에 달한다. 총수입의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방이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에 서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 대구는 예외다. 홍준표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전국 뉴스로 등장한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전임 시장들의 재임 때는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시장 덕분에 대구가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달가운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당장 며칠 전만 하더라도 공권력과 공권력이 부딪치고 도로법과 집시법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내용은 알려진 그대로다. 중구 동성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대해 홍준표 시장이 도로 점용허가를 받
2006년에 개봉한 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장애가 있는 박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 미혼모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수(數)’를 매개로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사고로 인해 10년 전 과거의 시점에 멈춰 있는 노년의 박사는 고작 80분 동안만 기억이 유지되지만, 일상 속 숫자들을 소재로 문답하며 이들 모녀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한다. 박사는 자신의 지붕 아래 어떤 수든 품어 보호해주는 제곱근같이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라며 가정부의 아들에게 ‘루트’라는
누구나 태어나면 제자가 됩니다. 살면서 많은 스승들을 만납니다. 간혹 운이 따르면 제자로만 살지 않고 스승으로 살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최초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공자에게도 여러 스승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이가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그의 아들 주공(周公)이었습니다. 문왕은 주나라의 토대를 닦은 이이고(주역의 편찬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주공은 어린 조카를 도와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끈 사람입니다. 그들은 문화영웅들이었습니다. 공자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늘이 문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문왕의 도를 이은 나를 버리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 소프트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자선활동가 빌 게이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는 IT기업을 이룩해 낸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는 그들은 난독증으로 학업에 문제를 가졌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한국이라면 낙오자로 낙인될 수 있는 대학 중퇴자이다.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 난독증에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겪었다고 한다. 어쩌면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단점으로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극
지난 6월 1일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체계가 엔데믹 체계로 전환되었다. 코로나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어지면서 확진자의 격리 조치가 해제되었고 대형병원과 요양시설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3년 4개월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 모두는 방역을 위해 통제된 삶을 살아야 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선 초유의 경험이었다.팬데믹 시대 우리는 생활공간과 관련된 많은 용어에 접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신조어를 비롯하여, 격리, 봉쇄, 폐쇄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원
어제 학생들과 종강모임을 가졌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본가로 돌아간 학생들이 많아서 많은 인원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한 학기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방학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순간 깨달았다. 이제 방학이구나! 기말고사를 채점하고, 성적을 입력하고, 밀려있는 잔업을 처리해야 하는 등 아직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지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그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방학(放學)은 학업(學)을 잠시 놓는(放)다
옛날 학인(學人)들은 자기 집이나 방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알리곤 했습니다. 물론 자기 자신에게 다짐을 놓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런 방 이름 중에 유재(留齋)라는 방 이름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귀양살이 중이던 완당(阮堂)이 제자의 방 이름을 짓고 그 뜻을 밝히는 4행시를 적은 현판으로 특히 유명합니다(여러 개의 모각 현판이 존재합니다). 그 마지막 행 ‘유부진지복이환자손(留不盡之福以還子孫, 내 복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한다)’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불운했던 당대의 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등록 학교에서 2년간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합격증을 소지하면, 세계의 많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국제바깔로레아 제도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방점을 둔 것으로 교육부 10대 개혁정책에도 포함되어 있다. 시험과 점수의 블랙홀로 흡입되는 현재의 입시 제도는 미래적 인재 양성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는 자성에 대한 대안으로도 거론된다.지식을 얼마나 잘 소화해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정교화해낼 수 있는가를 강조한다. 이른바 ‘열린 교육’ 혹은 ‘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해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게 된 것이다. 지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선물과 숙제를 함께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관행처럼 행해지던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방식을 끝내면서 지역의 일을 지역이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한 건 선물이다. 지역에서 5년 단위로 발전 계획을 세우면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진행 과정을 지원한다. 지역 간에는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풀어야 할 숙제다.지방시대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두 분야의 성
필자는 가족과 함께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우리 가족의 첫 강아지를 너무나 허망하게 잃었을 때,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첫 강아지를 쏙 빼닮은 아이를 우연히 만나고 너무나 당연한 듯 가족이 되었다. 온 세상을 품으라는 의미로 순우리말인 “누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그 이름에는 먼저 간 강아지와 달리 천수를 누리다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올해만으로 열네 살이 되는 누리는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84세라고 한다. 시니어에 속하는 나이대에 들어선 이후부터 건강에 이상이 발견되고 지속적인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