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대장암 조기발견 성과 퇴색 걱정

도병훈 (속편한 내과 원장)

지난 1일 모방송에서 방영된 내시경 소독과 관련된 의원 및 병원들의 현주소는 시청자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를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게끔 만들었다. 휴지로 두 번 닦고 다음 환자에게 바로 시행되는 내시경,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지는 중성세제로 세척 과정만 거치는 병원, 소독에 대한 내용을 배운 적이 없어서 시행하지 못한다고 발뺌하는 병원 등 이 모든 것들이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해온 의료계에 분명히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내시경과 관련된 감염의 경로는 충분히 세척 및 소독되지 못한 내시경과 부속기구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이다. 최근 진단 내시경 및 침습적인 치료 내시경 시술의 증가, 노령인구의 증가, 항균제의 남용, 면역기능 저하 환자의 증가에 따른 병원균의 전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내시경 시행 기관에서의 내시경 오염 제거 과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시경 소독은 수세법이나 자동 세척기를 이용한 소독법 모두 세척, 소독, 헹굼, 건조 및 보관의 5 단계로 나뉜다. 세척은 내시경 소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정으로 이 과정을 적절히 거치는 것만으로도 병원체의 99% 이상 제거되는데 내시경 사용 후 중성 세제 등을 가지고 즉시 시행된다. 세척 이후의 과정은 내시경실 종사자가 직접 소독하는 수세법도 있으나 본원과 같은 내시경 전문 병원에서는 자동 세척기를 사용하여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화되고 일관된 소독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원칙을 잘 지키고자 하면 우선 현실적으로 비용 상승이 문제가 되며 앞으로도 이런 소독에 대한 비용이 의료 수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 향후 내시경 소독이 지속적으로 철저히 시행될 가능성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위내시경 검사료는 3-4만원, 참고로 미국은 위내시경 검사료가 약 1000달러(98만원), 홍콩 20만원, 필리핀은 10만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다 준 모방송 프로그램에서처럼 소독약으로 무엇을 써야 하며, 어떻게 소독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의사들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수 천만원대 (약 3000만원~1억원) 에 달하는 내시경을 설치하고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자동 세척기를 구비해서 적절한 소독 과정을 거치는 병원들에 대한 현행 의료 현실은 이번 일로 소독 의료수가에 대한 적절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이번 일로 인해 내시경이 가져다 준 위암 및 대장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성과가 퇴색되어 환자들로 하여금 적절한 기관에서 필요한 검사마저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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