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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에 불 꺼진 경북ㆍ대구지역 번화가 가보니
[르포] 코로나19에 불 꺼진 경북ㆍ대구지역 번화가 가보니
  • 손석호 기자손석호·전재용·김범진·황진호·권오석 기자
  • 승인 2020년 03월 01일 22시 2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02일 월요일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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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상가에 "임시 휴업합니다" 안내문만…도심 적막
대구 신천시장·동성로·경북대 북문 상권 등 지역경제 위축 속앓이
포항 "배달 주문 늘었지만 가겟세·인건비 역부족"…대형마트 북적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술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임시 휴업을 공지했다. 전재용 기자.

“병 걸려서만 죽는 게 아니다. 굶어 죽게 생겼다.”

지난 주말 찾아간 대구 수성구 신천시장에서 한 미용실 상인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 한 명도 휴직에 들어갔다.

상인 A씨는 직원에게 월급을 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고, 한동안 휴직하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동성로를 비롯해 경북대 북문 일대와 막창 골목 등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도심도 썰렁해졌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시민들의 야외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술을 판매하는 일부 상가들이 야간에도 불을 밝히며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한 주 매출이 평소 대비 70∼80% 줄어든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여파는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동구 신천동 한 술집은 일주일 전 휴무를 공지하고 장사를 중단했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치킨과 맥주 등을 판매하는 작은 술집이다.

이 술집은 가게 출입문에 ‘코로나19가 조용할 때까지 임시 휴업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임에 따라 포항 도심 풍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불금’과 주말인 지난 28~29일 저녁, 차를 타고 포항 시내 곳곳을 돌아본 결과 술집 거리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해졌고, 반면 대형 마트는 사람이 몰리고 있었다.

또 배달 주문은 대폭 는 반면, 가게 홀 장사만 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하소연했다.
 

금요일인 지난 28일 기자가 차량을 타고 포항 시내 곳곳을 둘러봤다. 코로나19 공포가 닥쳐 중앙상가에 지나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고 어두운 모습이다.손석호기자

이날 포항 중앙상가·불종로·쌍용사거리·해도자전거길·양덕 등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내를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고, 사람 또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거리 조명과 불을 밝힌 가게 간판이 분명 많이 있었지만, 침울한 분위기 탓인지 도시는 무섭도록 어둡고 조용했다.
 

금요일인 지난 28일 기자가 차량을 타고 포항 시내 곳곳을 둘러봤다. 코로나19 공포가 닥쳐 중앙상가에 지나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이곳에 당초 3월 재개장 예정이었던 영일만친구 야시장도 코로나로 무기한 연기됐다.손석호기자

이달 초·중순께 재개장을 예고했던 포항 중앙상가 ‘영일만친구 야시장’도 무기한 연기됐고, 육거리는 썰렁했다.

시 관계자는 “전국 공모를 통해 판매자를 다시 모집, 음식 품질과 가성비를 모두 높였고 의자 등 휴게시설까지 확충해 ‘전국 최고 수준 야시장’으로 자부하지만 연기됐다”며 “도심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돼 상인들의 개장 요구가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최대한 빨리 문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일대와 쌍사 등 20대 젊은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일부 술집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일행들이 보였지만, 대부분 가게 주인만 휴대폰을 멍하니 보고 있거나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북구의 한 동네에서 작은 중국집을 하는 B(45)씨는 “코로나 19에 걸릴까 염려돼 매장 손님은 받지 않고 있다. 대신 배달 주문은 2~3배 크게 늘었다”며 “홀만 영업하는 식당·술집들은 지금 가겟세도 못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고깃집 사장 C(37)씨 역시 “최근 단골 손님이 늘고 미나리 삼겹살 철인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우려로 5일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가게를 연지 2년을 맞아 3월 상가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수입이 하나도 없어 걱정이 크다. 월세 유예 등 자영업자가 살 수 있게 ‘착한 임대료’ 운동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19로 힘든 소상공인의 모습은 SNS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홍게를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는 것을 인증한 죽도시장 상인, 임시 휴업을 앞두고 짬뽕을 무료로 나누는 대형 중국집, 홀 판매를 중단하고 배달·방문포장만 시작한다는 닭요리 가게 등 각자 사연을 털어놨다. 또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식당을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방문 포장 또는 배달을 주선하는 맛집 블로그도 있었다.
 

금요일인 지난 28일 기자가 차량을 타고 포항 시내 곳곳을 둘러봤다. 코로나19 공포가 닥쳐 영일대해수욕장 거리에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적막하고 어두운 모습이다.손석호기자

포항 쌍용사거리에서 육회·뭉티기 등을 판매하는 김수연 고삐 대표는 “코로나 사태에도 문을 열면 손님이 꽤 오지만, 확산 방지의 중요한 고비라 생각되는 2월 말부터 한 주만 휴업하기로 했는데 더 길어지고 있다”며 “직원 2명에게는 첫 주는 주급 50%를 지급하며, 더욱 길어지면 전액 지급할 예정이다.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자 한다”고 했다.

술집은 조용한 반면 대형마트에는 사람이 몰렸다. 29일 찾은 포항 북구의 한 마트에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외식과 모임을 자제한 대신 집에서 먹기 위해서인지 냉장 진열대의 소주는 텅 비어 있었다. 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시식 코너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주는 평소보다 매출이 더 늘었고, 이번 주도 평소 수준은 된다”고 했다.

상주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지난 19일 발생한 이후 급증하면서 소상공인들 속이 타들어 가긴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출입·외출을 삼가고 도로는 한산 한데다, 상당수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지면서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나?” 걱정이 태산이고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이고 가게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특성상 2월 말에서 3월 초가 대목인 소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은 신형 스마트 폰이 출시되고 개학 시기인 요즘이 최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년과 상황이 다르게 상당수 휴업 안내문과 가게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심지어 임대 안내문까지 붙어있다.

상주시 중앙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D(50) 씨는 “지난 19일 이후 눈을 의심할 정도로 달라진 거리 풍경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무서워지기까지 한다”며 “가게 운영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한 달 이상 이어지면 폐업까지 생각해야 할 지경이다”고 했다.

코로나 19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문경지역 식당 등 상당수 상가 역시 문을 닫았다.

상인들은 이번 주 들어서면서 앞다퉈 가게 앞에 ‘코로나 사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합니다’는 등의 문구를 붙이고 영업을 중단했다.

문경시외식업지부에 따르면 1100개 식당 가운데 지난달 26일 현재 150여 곳이 영업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문을 닫은 곳은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식당 찾기가 어려워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크게 감소하면서 저녁에는 일찍 문을 닫는 업소가 많아 소모임도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한편 모임이나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어들면서 배달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식당은 평소와 달리 포장배달 메뉴를 선보이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식 문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26일까지 금융감독원과 기관별 창구를 통해 접수된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상담 건수는 5만22건이다.

음식점업이 1만7413건으로 상담이 가장 많았고, 소매업과 도매업도 각각 9113건, 4161건을 차지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 중 소상공인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러운 위기를 직면한 탓에 상담 내용은 대부분 신규자금지원에 대한 문의였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으나 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들의 애로를 충분히 해소하기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대출(기업은행) 수준을 약 3배 높이고, 우대금리 대출 또한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기존 지원방안을 보완·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북·대구 등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의 경우 은행권의 대출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시 전화신청 등 비대면 심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지도 방침을 내세웠다.
 

전국코로나확진자현황 3월1일 오후4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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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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