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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20. 박재서 안동소주 명인
[명인] 20. 박재서 안동소주 명인
  • 오종명 기자
  • 승인 2020년 03월 15일 21시 5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16일 월요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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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문화 담아낸 안동소주 세계 3대 명주 만들터
박재서 명인이 누룩을 만들기 위해 밀을 맷돌로 갈고 있다.누룩과 고두밥, 물을 잘 섞어 7일 동안 따뜻한 곳에서 발효를 거치면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박재서 명인(84·국가지정 식품명인 제6호)은 소주 명가인 반남 박씨 가문의 25대손으로 500년 넘게 가문에 이어져 내려오는 안동소주 비법의 전수자다. 특히 본인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빚어낸 명인 안동소주는 향이 깊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안동 소주 본연의 맛을 품고 있다.

명인 안동소주의 뿌리는 조선 명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반남 박씨 10대손인 유학자 은곡 박진(1477∼1566)이 안동에 정착한 뒤 정부인 안동 권씨가 가양주로 빚은 것이 유래다.

그 후 대를 이어 맥을 이어오다 1960년대 곡주제조 금지령에 따라 잠시 명맥이 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집안의 조모와 모친으로부터 배운 가문의 전통기법은 박 명인이 성인이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가문에 내려오는 있는 온주법 원본
박 명인은 “당시 소주 제조로 명성이 있었던 ‘제비원 안동소주’의 제조 명장을 찾아가 전통식 제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양조비법을 전수받았다”며 “지금의 명인안동소주는 가문의 전통비법에 현대화 제조방법이 잘 조화되면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조비법을 인정받아 명인은 1995년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6호로 지정됐다.

명인 안동소주는 술을 빚는 방식부터 다른 소주와 다르다. 대부분 막걸리를 만들어 소주를 내리는 2단 방식이 아니라 청주를 한 번 더 발효해 증류하는 3단 방식을 따른다. 여기에 100일 이상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다른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쌀과 누룩 그리고 지하 270m에서 뽑아낸 암반수만 쓴다. 술이 부드럽고 향긋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재서 안동소주 명인
박 명인은 “명인 안동소주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방식을 답습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맞게 참신한 창조를 하는 것 역시 전통을 지키고 보전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명인 안동소주 공장 입구
실제로 술의 잡냄새를 잡기 위해 술을 숯으로 여과한다. 누룩도 밀 누룩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지금은 쌀누룩을 70% 사용한다. 누룩 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박재서(왼쪽부터) 명인과 아들 찬관, 손자 춘우 씨
이러한 소신은 아들 박찬관(62·명인 안동소주 대표) 기능전수자와 손자 춘우(32)씨에게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생산과 마케팅 등 균일한 품질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춘우 씨도 대학에서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소주 품질개선을 돕고 있다. 3대가 소주를 빚고 각자 가진 기술과 노하우, 발전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며 가업의 전통을 잇고 있는 셈이다.

한때 한 네티즌이 ‘양주보다 낫다’라는 품평을 올려 누리꾼들이 앞 다퉈 인증 사진과 시음 후기를 올리면서 안동소주 붐이 일어났다. 일명 ‘안동소주 대란’이란 검색어가 뜰 정도였다. 이 때 명인 안동소주는 7∼8개월 동안 부족한 상품을 만들어 내느라 한 때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참나무통(오크통)을 수입해 안동소주를 숙성하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공장 확장을 고민하던 중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선정돼 맞춤형 제작 지원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팩토리 작업을 통해 재고 전산관리시스템, 발효시스템 정비, 생산라인 공간 정리 등 안전하고 청결한 공장을 갖췄다. 이를 통해 생산량도 향상됐다.
명인 안동소주 공장 내부 모습
2015년에는 농식품부의‘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돼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발효장이 있는 건물 지하에는 소주 박물관을 만들어 전국 팔도를 다니며 수집한 소주 관련 골동품을 모아 놨다. 제비원 소주병부터 전국의 술병과 포스터, 안동소주의 변천 과정 등을 담은 수집품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명인 안동소주와 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는 지난 2017년 산학협동 협약을 체결하고 전통주의 고급화를 위해 본격적인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기존 명인 안동소주를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고급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주에 대한 이러한 노력은 세계무대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2년 연속 최우수상에 이어 2015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을 받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와 벨기에 몽드셀렉션 등 세계3대 주류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재서 명인은 “안동소주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안동의 문화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문화는 항상 변하니 우리도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며 “명인 안동소주가 안동,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명주를 만드는 게 우리 3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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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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