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팀, 분석 결과 발표

지난 5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역에 도착한 대구도시철도 1호선에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한 자리씩 띄워 앉아 있다.대구도시철도공사는 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지하철 바닥에 ‘좌석 한칸 띄워 앉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뚜렷한 증상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확진 사례가 증가하면서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초기 코로나19 확진자의 10%가량도 무증상 확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3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송준영·정희진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초기 확진자의 28명을 분석한 결과 3명이 무증상 감염이었다고 8일 밝혔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된 서신 형태의 기고문을 통해 분석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28명 중 11명은 집단감염이 아닌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됐고 진단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증상을 보고한 20명 중 8명(40%)만 초기에 발열이 있었고 기침이나 인후통도 공통된 증상으로 보긴 어려웠다”며 “일부 환자는 심한 인후통을 호소했지만 일부는 가벼운 기침에 그쳤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환자들의 임상적 증상을 확인해 비전형적 증상, 무증상 등을 분석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고열과 근육통 등 특정 시점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 19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상이 발현되는 시점 자체가 모호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전파력을 보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감염된 사람의 바이러스 배출 수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19는 감염되고도 본인 스스로가 아픈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도와 달리 타인에 전파할 수도 있어 초기 증상의 다양성, 무증상 등이 진단과 방역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는 비전형적 증상에 대한 보고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된 것으로 “호흡기 증상 없이 복통과 설사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후각이나 미각 상실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발표한 중앙임상위원회와 대구시의사회의 의견과도 상통한다.

지난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과 교육생 1만459명을 전수 검사한 결과 확진자 4258명 중 무증상 자는 전체의 75.7%인 3222명으로 증상이 있었던 1036명(24.3%) 보다 3배 가량 많았다.

해양수산부 집단 감염의 역학조사에서도 감염자 39명 가운데 전체의 33.3%인 13명이 무증상 감염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자의 경우 코로나 19에 사실상 감염이 됐지만 증상 없이 회복되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거나 발현 전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등 발생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의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어 방역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계속 동참하고 실천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요양원과 시설 등에 대한 무증상 자 유입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무증상을 통한 전파가 국내 유행에 있어 사실상 방역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확실한 전파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함으로써 평균적으로 3주 이상 시행할 경우 발생의 95%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정도 있다”며 “또 다른 하나 방법으로 기타 특별관리지역에서 특별히 고위험 집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해 무증상과 관련된 대상자를 찾아내는 방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8일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은 1만384명, 완치는 6776명, 사망은 200명으로 현재 격리돼 치료 중인 환자는 3408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무증상 감염 또는 확진자에 대한 사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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