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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동시 용상동 상수원 보호구역 반변천 가보니
[르포] 안동시 용상동 상수원 보호구역 반변천 가보니
  • 이정목 기자
  • 승인 2020년 06월 17일 21시 2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6월 18일 목요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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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하얗게 말라 죽어 처참…"보호종 가마우지 어찌할꼬"
안동시 용상동 상수원보호구역에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면서 나무가 배설물로 뒤덮혀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정목 기자

“악취도 악취지만 깃털이 날려 도저히 창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어요”

안동시 용상동 상수원 보호구역 반변천 건너에서 바라본 안동고등학교 뒷산은 산불 재라도 내려앉은 듯 나무들이 하얗게 말라 죽어있었다.

고사 된 나무 위로는 민물가마우지(이하 가마우지)무리 수백 마리가 둥지를 텄다.

반변천 집수정 위에는 가마우지 무리가 떼를 지어 앉았고 나머지 무리도 유유자적 물 위를 떠다니며 민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가마우지 서식지 실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들어선 현장은 처참했다.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지난해 안동시가 서식지를 없애기 위해 나무를 베어냈지만 오히려 산림만 훼손시키고 황폐화된 기존 서식지 뒤로 새로운 둥지를 텄다.이정목 기자

지난해 서식지를 없애기 위해 베었던 나무는 흉물스럽게 방치돼 오히려 산림만 훼손시킨 꼴이 되었고 배설물 냄새도 코를 찔렀다.

초록 빛깔을 뽐내야 할 초여름 식물들은 마치 한겨울 눈이 내린 듯 허연 배설물로 뒤덮였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나무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기자가 다가가며 부스럭하는 소리에 놀란 가마우지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연신 배설물을 뿌려댔다.

안동시민들이 먹는 물을 끌어다 담는 상수원 보호구역의 가마우지 서식지 풍경은 예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개체 수가 더 늘어나면서 베어놓은 나무 뒤편으로 새로운 둥지가 계속 생겨났고 결국 말라죽은 나무의 면적만 더 넓어졌다.

민물가마우지는 가마우짓과의 물새로 몸길이는 1m 정도로 뺨과 목, 앞가슴만 희고 다른 곳은 모두 검다.

하늘에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 떨어지자 무당벌래가 황급히 도망가고 있다.이정목 기자

참나무, 소나무 등의 가지 1개에 보통 2~20개의 둥지를 트고 12~6월에 걸쳐 1년에 세 차례 번식하며 보통 3~4개의 엷은 청색 알을 낳는다. 물고기가 주식으로 하는 가마우지는 잠수를 잘해서 헤엄쳐 다니다가 물속에서 먹이를 잡는다.

과거에는 제주도 등에서만 보이던 보기 드문 겨울 철새였지만 현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텃새 화 돼 전국에 분포하고 있어 어민들에게 각종 피해를 끼치고 있다.

문제는 가마우지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보호종이기 때문에 함부로 쫓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서식지와 인접한 안동고등학교와 행정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성이 강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 곳곳에 뿌려져 주변의 식물을 고사시키고 있다.이정목 기자

안동고의 경우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 떼가 우는 소리와 배설물 악취를 비롯해 수시로 날리는 깃털에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동고의 한 관계자는 “가마우지가 있는 쪽 건물에는 늘 비릿한 냄새가 나서 문을 열지 못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서식지를 없애려 나무를 베어냈지만 오히려 주변 나무로 백화현상이 더 번졌다”며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가 우는 소음과 미세한 깃털이 심하게 날려 학생과 교사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행정당국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안동시는 지난 2016년부터 가마우지로 인한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지난해 서식지를 없애려 둥지를 튼 나무를 모두 베어냈지만 가마우지 떼는 인근의 베어내지 않은 나무로 이사했다.

오히려 산림만 훼손시켜 숲만 황폐화한 꼴이 됐다.

반변천 집수정에 내려앉은 가마우지 떼를 쫓는 것은 손도 대지 못했다.

민물가마우지는 나무가지 하나에 대개 보통 2~20개의 둥지를 트고 12~6월에 걸쳐 1년에 세 차례 번식하며 보통 3~4개의 엷은 청색 알을 낳는다.이정목 기자

다만 다음 달 중으로 5개의 집수정 중 1개의 집수정에 가마우지 떼를 쫓는 회전 장치를 시범적으로 부착하겠다는 계획만 세워놓은 상태다.

이에 환경단체는 수년간 피해를 끼친 가마우지를 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호종으로 지정된 가마우지를 유해 동물로 전환해 강제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규찬 환경문화시민연대 경북도지회장은 “안동의 유일한 상수원 보호구역이 가마우지로 인해 수년간 훼손되고 있다”며 “가마우지 무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대책을 하루속히 세우거나 유해동물로 지정해 퇴치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물가마우지 떼는 소양호와 충주호 등지에서도 집단으로 발견돼 현지의 나무를 고사시키고 어족자원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등 수중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어 전국적으로도 유해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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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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