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편히 앉아 부용대 풍경 감상하며 사색의 시간
얼쑤~ 신명나는 탈춤 한판…마스크 쓴 얼굴엔 웃음꽃

코로나19는 인류 문명사의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 되고 있다. 인류의 생활문화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마스크 쓰기가 이제 전 세계인들의 공통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단합을 강조하던 격언도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로 바꿔 놓을 정도다. 서로가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마주해야 한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에도 정 많은 우리 가족이 서로 손사래를 치며 ‘올해는 오지 마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건강하게 서로 만나자고 한다. ‘비대면 시대’라고 한다. 비대면 시대에 관광 패턴도 바뀌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 대신 가족과 단란하게 보낼 수 있는 한적한 관광지가 인기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코로나블루를 날리며 한가하고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사진은 낙동강물이 태극 모양으로 마을을 돌아 흐르는 풍산 유씨 씨족마을 하회.

가장 한국적인 매력을 간직한 곳 안동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포근함과 편안함을 가진 전통 역사문화도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다섯 곳이나 거느린 고장이다. 그중 두 곳이 하회마을에 있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안동 하회마을 방문해 ‘한국 속의 작은 한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그리고 20년 뒤 차남 앤드루 왕자가 다시 하회마을을 찾았다. 이는 ‘영국 신사와 안동 양반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 아들에 이어진 영국 왕실의 안동사랑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가치와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안동은 전통문화, 특히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한 양반문화는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주거문화, 접빈객과 봉제사를 위한 음식문화, 지역 공동체의 지성을 담은 유교책판과 같은 교육문화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면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의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친 일상을 떠나 가족과 함께 평온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곳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 추천한다.



△영국 왕실도 반한 하회마을 나들이.

영국 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하회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을 시작으로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부자, 故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했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했고, 2018년에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문하기도 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안동이고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민속과 건축물이 잘 보존된 풍산 류씨의 씨족마을로 지난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회’(河回)는 물이 휘돈다는 뜻을 품고 있다.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의 영모각에는 임진왜란 전란서인 ‘징비록’(국보 제132호), 류성룡 종손가 문적(보물 제160호), 각종 교지와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골목 곳곳에서는 장승 깎기, 한지 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하회마을 최고의 풍광은 송림 맞은편의 부용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굽어보면 휘돌아 나가는 푸른 물길 속에 마을이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다.

부용대 아래에는 류성룡이 ‘징비록’을 썼다는 옥연정사(玉淵精舍)와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지은 겸암정사(謙唵精舍), 류운룡의 위패를 모신 화천서원(花川書院)이 있다.

보물 제414호 충효당.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내며 국난을 극복했던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부용대 건너편 강변에는 천연기념물 473호인 만송정 솔숲이 펼쳐진다. 16세기에 겸암 류운룡(1539~1601)이 마을 서쪽 땅의 기운이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한적하게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강과 부용대(芙蓉臺)가 이룬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하회 세계 탈 박물관에는 하회탈을 비롯해 흥미로운 지구촌의 탈을 만나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473호 만송정 솔숲(뒷편이 부용대) 이 송림은 겸암 류운룡 선생이 젊은 시절에 조성한 것으로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서쪽에 지기가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일종의 비보림이다. 부용대와 낙동강 백사장과 더불어 하회마을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소나무 1만 그루 심었다 하여…만송정 솔숲.

만송정 숲은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휘돌아 흐르며 만들어진 넓은 모래 퇴적층에 위치한 숲이다. 2006년 천연기념물 제473호로 지정됐다.

조선 선조 때 류운룡이 마을의 입지환경을 개선하고 풍경을 좋게 하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소나무를 1만 그루 심었다 해 ‘만송정’이라 한다. 현재의 숲은 100여 년 전 다시 심은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만송정 숲은 홍수 때 수해를 막아주고 세찬 북서풍을 막는 방풍기능과 모래를 막는 방사기능은 물론 하회마을의 휴식·문화공간으로 하회마을과 낙동강, 백사장, 그리고 부용대 절벽 등과 어우러져 역사·문화·경관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소중한 마을 숲이다.

만송정 앞 모래사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등장하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드라마 속 안현대감(허준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배가 표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말을 타고 달려가는 장면으로 ‘부용대’를 비롯해 낙동강의 수려한 풍경이 배경이 됐다.

선유줄불놀이

우리나라 낙화놀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가 안동국제탈춤 기간 중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회 줄불놀이는 임진왜란 공신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한 뒤 그의 형과 함께 낙동강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유래를 근거로 17세기 초부터 놀이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새끼줄을 부용대의 소나무에 묶고 끝은 만송정의 소나무에 매달아 불꽃가루를 낙동강에 흩뿌리게 하는 낙화유는 최고의 경지다. 불꽃이 꽃가루 흐르듯이 허공에서 물 위로 떨어지며 황홀경을 연출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 장면. 코로나 19로 소도 마스크를 차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은 꼭 봐야.

하회별신굿은 음력 정초에 서낭신에게 무병과 안녕을 빌던 동제로, 마을 사람들은 이때 각종 탈을 쓰고 양반과 지주에 대한 불만을 가락으로 해소하며 놀이를 즐겼다. 별신굿에 사용된 각시탈, 양반탈, 총각탈 등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돼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은 지난해 관람객이 13만39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중단하기 직전까지도 공연장은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공연이 재개되면 올 연말까지 매주 6회(화~일요일) 오후 2~3시 하회마을 탈춤공연장에서 시연된다. 이와 함께 8월부터 10월까지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 영국 왕가 인사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리는 ‘안동 로열웨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는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지난 5년간 체험·교육·공연 프로그램을 517차례나 계속했다. 이로 인해 2만9510명에게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게 했다.
 

배롱나무꽃으로 둘러싸인 병산서원

△서원 건축의 백미 병산서원.

세계유산 병산서원은 자연과 조화하는 한국 서원건축의 공간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본래 풍악서당이라 하여 풍산현에 있던 것을 서애 류성룡이 선조 5년(1572) 후학 양성을 위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병산서원 만대루

병산서원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절경과 건축미다. 빼어난 자연경관이 병풍을 둘러친 듯하여 ‘병산’이라 불렸는데 아마 병산이 없었다면 이곳이 절승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푸른 병풍 같은 절벽을 의미하는 병산은 두보의 ‘백제성루’라는 시 내용을 인용해 그렇게 지었다. 만대루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면 화산을 등지고 낙동강이 백사장과 함께 굽이쳐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원 주변에는 요즘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수령 약 400년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비롯해 120여 그루가 그 자태를 뽐낸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산허리를 따라 오솔길이 나 있다. 2010년 조성된 ‘유교문화길’이다. 옛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이었던 옛길로 4㎞ 길이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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