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 12일 경북 안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아들 가족이 유리벽을 너머 어머니에게 세배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면회가 금지한 가운데 사전 예약한 5인 미만 가족에 한해 철저한 방역 수칙 속에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5~10분 간의 짧은 면회를 허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설 명절 요양병원은 반갑고도 안타까운 명절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어르신을 집으로 모시지 못하는 데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까지 내려지면서 손을 맞잡고 새해 인사를 나누기 어려워져서다.

이 때문에 부모와 조부모를 뵙기 위해 요양병원을 찾은 면회객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새해 덕담과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설날인 12일 오전 안동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눈물의 세배가 이뤄졌다.

3차 대유행으로부터 시작된 거리두기로 한 집에 사는 식구 외에는 5인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자 4명 이하로 추린 면회객들이 어르신들께 새해 문안을 드렸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요양원 측도 사전 예약면회객만 받는 등 손 소독과 발열 체크, 명부작성, 면회시간 제한 등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안동에 사는 김 모(54) 씨는 “매년 명절 때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는데 지난 추석과 올 설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으로 모시지 못해 직접 인사를 드리러 왔다”며 “시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손주를 데리고 왔지만,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손 한번 어루만져드리지 못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양병원 시설 치료를 받는 전 모(92) 할머니도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면회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 아들과 며느리가 눈앞에 있어도 손도 한번 못 잡아 보는 요즘 세상이 너무 야속하다”며 “나이가 많이 들어 어쩌면 올해 명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영천호국원 의전단원들이 SNS 참배를 신청한 유가족들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한편 설 당일 추모공원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북지역 대다수 추모공원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연휴 기간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서다. 또 명절 연휴 전후로 참배객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을 금지하거나 음식물 반입과 식사행위 금지, 4인 이하 20분 이내 간소한 성묘를 당부했다.

설 명절 참배를 중지한 국립영천호국원은 의전 단원들이 SNS 참배를 신청한 유족들의 묘역을 찾아다니며 헌화·참배 영상과 사진을 찍어 유족들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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