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마가 할퀸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마을 가보니
[르포] 화마가 할퀸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마을 가보니
  • 이정목 기자
  • 승인 2021년 02월 22일 20시 42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2월 23일 화요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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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불씨 날아들어"…대피했다 와보니 처참한 흔적만
21일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임야 200ha가 불에 타고 주민이 대피했다.

“이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여기가 지옥이구나 생각했어요.”

화마가 할퀴고 간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마을 주민들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며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2일 오전에 찾아간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2일 오전 안동시 임동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임동파출소 앞 잔디밭이 불에 탔다.

임동파출소 앞 잔디밭은 밤새 번진 불에 검게 그슬러 재로 변했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긴 나무는 연신 탄내를 내뿜었다.

불씨가 날아든 한 가정집의 앞마당은 폭탄을 맞은 듯 검은 밭으로 변했고 바닥의 낙엽마저 모두 태워버린 야산과 검게 변해버린 나무는 불에 타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1일 안동시 임동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중평리의 한 가정집 앞마당이 불에 탔다.

임동면 중평리에 사는 마을주민 조 모(53) 씨는 바람에 번지는 불길이 집으로 옮겨붙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했다. 조 씨는 “다른 마을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집으로 왔는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연기가 너무 자욱해 라이트를 켜도 전혀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혼자 지붕 위에 올라가 축대벽에 옮겨붙은 불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바람도 심하게 불고 불똥도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것이 보여 불을 끄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녀도 오히려 불씨가 더 살아나자 소방관들이 대피하라고 해 몸만 간신히 대피했다”며 “이성을 잃을 뻔한 당시 상황은 끔찍해서 생각하기도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21일 안동시 임동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한때 국도 34호선이 통제돼 안동과 청송군 진보면을 오가는 차량은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조 씨와 함께 있었던 장 모(67) 씨도 지금 살아 있는 게 다행이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장 씨는 “집으로 옮겨붙은 불씨로 집 일부가 불에 타니깐 바가지로 물을 떠서 계속 부어댔다”며 “자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도로가 통제되면서 혼자서 대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대피하는데 양옆으로 불길이 치솟으니 이게 지옥인가 싶은 생각이 났다”며 “우여곡절 끝에 자식들이 있는 안동 시내로 대피해 하룻밤을 머물고 지금 집으로 올라와 보니 온 동네와 집이 타는 냄새로 가득해 속이 메스꺼울 정도”라고 말했다.
 

안동시 임동면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림청 헬기가 임하호에서 물을 뜨고 있다.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하늘에서는 헬기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뒷산에 연신 물을 뿌려댔다.

마을주민들은 “밤새 헬기가 뜨지 못해 마을로 불이 번지는 모습을 임하호 건너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날이 밝으면서 헬기가 떠 진화작업에 속도를 붙이면서 불길이 잡히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4시 12분께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원까지 번져 18시간 만인 22일 오전 10시 25분께 주불을 진화했다.

전날 오후 4시 12분께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바람을 타고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대로 번지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때 마을주민 200여 명이 대피하면서 큰불로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컸지만 잦아든 바람으로 확산 세가 안동에 비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람에 날린 불씨가 인근 창고와 빈집 등으로 옮겨붙어 95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1일 예천군 감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빈집과 창고 등을 태웠다. 불은 18시간만에 진화됐다.

마을에서 만난 이 모(72) 씨는 밤새 불이 마을을 덮치지는 않을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씨는 “안전안내문자를 받고 인근 야산에 불이 난 것을 알았다”며 “바람도 많이 불어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지역 문화재 등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22일 산림·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함께 발생한 안동과 예천·영주산불은 모두 완전히 진화하고 현재 잔불 정리 중이다.

21일 오후 3시 20분께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시작해 수 ㎞ 떨어진 중평리까지 번진 산불은 발생 21시간만인 이날 낮 12시 20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이날 산불 진화를 위해 현장에는 경북도와 안동시 공무원, 전문·특수진화대, 소방대원, 군인 등 인력 1400여 명과 산불 진화 헬기 23대가 투입됐다. 또 소방당국은 낮 12시 40분께 기존에 발령한 대응 2단계를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또 밤새 대피했던 임동면 망천리, 중평리, 사월리, 마령리 300여 가구의 주민들도 귀가했다.
 

안동시 임동면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1400여 명의 인력과 산불진화헬기 23대가 투입됐다. 불은 21시간만에 진화됐다.

21일 4시 12분께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에서 발생해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원까지 번진 산불은 발생 18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10시 25분께 진화됐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33분 대응 1단계를 해제했고 뒷불 감시 등의 후속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산림 당국과 영주시· 예천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700여 명의 진화인력과 헬기 16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쳤다.

산림 당국은 이틀간 이어진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지금까지 안동 200ha, 예천 50ha, 영주 5ha 등의 임야가 불에 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축구장 면적으로는 357개에 해당한다. 또 이번 산불이 쓰레기, 논·밭두렁 소각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잔불 정리가 끝나는 대로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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