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가, 일손 부족·품삯 폭등·소개업자 갑질 '삼중고'
코로나 장기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까지 막혀 대책 시급

“인력은 어디서 구하고 인건비는 얼마나 비쌀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샤인 머스킷 포도를 재배하는 상주시 모동면의 농민 A 씨(52·여)가 이같이 걱정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함에 따라 경북 농촌지역 일손 부족과 농번기 인건비 상승으로 비상이 걸렸다.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자체 확보는 구조적으로 어려워졌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도 힘들어지자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주시 모동면 하우스 샤인머스킷 재배 농민이 5월 말경에 있을 ‘알 솎기’ 작업전에 인력 확보를 고민하며 12일 홀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진기자

△농번기 인력 수급 ‘빨간불’.

상주시 샤인머스킷 주산지인 모동·모서·화동·화서 등에는 농번기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모동면 포도재배 농가 A 씨는 “농촌에 자체 일손도 부족하거니와 인력을 구할 수 없어 귀농 15년 만에 최고로 농사짓기 어려워졌다”며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알 솎기 철이 되면 인력 확보에 걱정이 앞서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모동면 인력소개소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 농장에 우선으로 인력 배치가 끝난 상황이라 6월 말까지는 새로운 농장의 예약은 받을 수조차 없다”고 밝혔다.

인기 품목인 샤인머스킷으로 인력 쏠림현상이 발생하자 배와 복숭아 등의 기타 작물에도 도미노처럼 인력 품귀 현상이 가중되는 추세다.

상주시 관계자는 “봄철 농번기에는 일 평균 1만5000여 명의 농업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시 자체 노동력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인근 지역에서 농촌 일손을 동원하고 있지만 올해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노지 샤인머스킷을 재배하는 상주시 모동면 농민이 6월 초에 진행될 알 솎기 작업 전에 12일 혼자서 제초작업을 준비하는 모습. 김범진기자

△인력 모시기·인건비 폭증.

인건비 상승 폭도 급속히 증가해 농가들의 어려움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중되고 있다.

농촌지역 인건비는 지난해 9만 원대에서 올해는 12만 원 내외로 30% 이상 껑충 상승했다. 인력소개소에서는 인력 수급이 어려운 점을 들어 6월 1일부터 기본 인건비를 12만 원으로 제시하는 등 인건비 상승을 부추기는 추세다.

김천과 영동에서는 알 솎기 인건비가 최대 15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했다.

다음 달 마늘 수확기를 앞둔 영천·의성지역 농가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참을 제공하고 9만5000원이었던 하루 인건비가, 최근엔 식대 등을 다 빼고 12만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남자의 경우 최고 15만원까지 오르는 등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단 한번 상승한 인건비는 평균 인건비로 통용돼버리고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권장옥(영천시 신녕면) 씨는 “예약을 해도 막상 6월 수확 시기가 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한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사람을 빼길 뿐 아니라 인건비까지 치솟는다”며 “제때 수확을 위해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일손을 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공무원과 관계 기관 단체 등의 농촌 일손 돕기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인력난 완화에 주력하기로 했다지만,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농촌 일손 수급에는 힘겨워 보인다.

샤인머스킷을 재배하는 농민 B 씨(58·모동면)는 “인력소개소의 인건비 상승에 대한 현지 지도를 통해 상승 폭을 제한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유치 등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12일 상주시 모동면 샤인머스킷 농장의 한켠에 5월 말경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알 솎기’ 작업 근로자를 기다리는 키높이 작업화 모습. 김범진기자

△외국인 근로자·소개업자가 ‘갑’.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 주들은 인력 소개업자들의 배짱 영업을 잘 알면서도 속수무책 눈치만 보고 있다.

소개업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모든 농가에 원하는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자 애초 보내주기로 약속한 인원을 줄이거나 한집에 연속으로 인력을 보내지 않는 등 한 명이라도 일손이 더 필요한 농가의 한숨을 깊게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입국이 막힌 외국인 노동자 부족 현상이 농번기 농가에 직격탄을 주면서 이들을 소개하는 업자들이 ‘갑’이 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농가들은 일하러 오는 외국인노동자 역시 힘든 일을 기피하고 근로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구미시 선산읍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A씨(67)는 “요즘 일을 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힘든 일을 시키면 ‘난 못해요’라며 돌아가 버리기 일쑤”라며 “소개업자들은 일부러 한 곳에만 인력을 계속 안 보내고 애초 보내기로 했던 인력도 전날 저녁 갑자기 인원을 줄이는 등 농가관리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힘든 일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해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인건비가 자꾸 오르고 숙련된 노동자들을 구할 수 없어 애로가 많다”며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들어지면서 농번기 농가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남현정, 박용기, 김범진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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