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북·대구를 대표하는 고찰인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銀海寺)를 찾았다. 보슬비가 내리는 은해사는 이름 그대로 은빛 바다에 구름이 드리운 듯 울창한 소나무 숲과 함께 한 폭을 풍경화를 연상시켰다.

지난 2월 산중을 대표하는 최고 어른 조실(祖室)에 추대된 중화 법타(法陀)스님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거처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그마한 체구에 온화한 모습이지만 월남전에 참전했던 백마부대 출신임을 증명이나 하듯 다부진 모습은 그대로였다.

은해사 극락보전 옆 조실(祖室) 방에서 법타 스님과 마주 앉았다. 스님은 차를 권한 뒤 “먼 길 온다고 고생했다”며 덕담부터 건넸다.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스님이 운을 뗐다. 한번 말문을 연 법타 스님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분위기에 젖어 자연스레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노라니 중간중간 질문을 위해 끼어들 시점을 잡기조차 어려워 스님의 설법을 경청하는 마음으로 그냥 들었다.
 

지난 2월 산중을 대표하는 최고 어른 조실(祖室)에 추대된 중화 법타(法陀)스님이 불기 2565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銀海寺)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 불교가 주는 자비와 평화, 화합의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불교가 주는 자비와 평화, 화합의 정신이 더욱 뜻깊다. ‘코로나 국난’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과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너나없이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 방침에 일단 따라야 한다. 절제·인내와 보시(布施·서로 베풀다), 항상 처지를 바꿔 놓고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나 혼자 병을 예방하려 해도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의 안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로 믿음 속에서 평화와 화합이 생긴다. 정부 불신이 심한데 경북·대구 지역은 특히 더 심한 것 같다. 고쳐야 될 점이다.

-어려울수록 등불을 찾듯 혼탁의 시대 ‘오색 연등’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색은 동서남북 사방에 가운데 해서 오방(五方)이다. 이는 전 우주를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다 평화롭기를 바라는 것이다. 거기에 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연꽃이 진흙탕에서 피어나듯이 오타각색에서도 거기에 물들지 않는 삶, 그것이 행복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부처님 말씀에 “너 스스로 등불을 밝히라”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인격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처님 생일 날 한번 더 되새겨봐야 한다.

-취업대란으로 나라의 동량인 청년들이 고통받고 있다. 어둠의 터널을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의 말씀?

△청년, 젊음만큼 좋은 것은 없다. 지금 20대는 100년 설계와 농사를 지어야 한다. 현실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실망하지 마라.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듯 어려움이 있더라도 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3D업종도 인생수업이라 생각해라. 본인 인생은 정부나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어디서 어느 환경이든 내가 주인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도전이지 완성이 아니다. 젊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너무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그만큼 자신이 불행해진다. 예전 광고 카피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지금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간다”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순간이 흐트러지면 평생 수업에서 낙오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 정치권은 국가 백년대계보다 ‘내로남불’과 ‘편가르기’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고 실망을 주고 있다. 기본이 안 갖춰진 사람들이 출세하려고 정치판에 뛰어들다 보니 국민의 건강하고 건전한 대변인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주민의 공복이고 당선되면 주민이 종이 된다. 선거가 끝나면 주종이 바뀌는 현실이다.

아직도 지역 정서가 영·호남은 선거를 하나 마나다. 지배하는 당에서 부지깽이 꼽아도 당선된다. 지역색과 지역 당파를 깨야 한다. 여야는 선의의 라이벌(rival)이지 적(enemy)이 아니다. 사사건건 싸움만 하는데 야당(국민의힘)은 참회를 모르고,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은 모처럼 호시절 만난 것처럼 정신이 없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여야 서로 협력하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안타깝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으로 너무 지겹게 오래 끌고 있다. 자신들 부모가 죽어도 그렇게 길게 가지는 않았다. 서로 슬픔과 아픔을 같이해야지 정치인만 슬픈 것이 아니다.

여야 협치(協治)가 필요하지만 여당은 숫자가 많다고 밀어붙이고 야당은 수가 적다고 모든 걸 부정하며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실망만 줄 뿐이다. 야당도 다수의 인사청문회에서 신상털이식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도 정치인의 인품·인격·성장 과정·지향하는 바를 면밀히 살펴 선택해야 한다.

-가정은 사회의 뿌리이자 나라의 근간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가족의 의미는?

△가정은 사회의 뿌리며, 기본이고 근본이다. 유교적 가치관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장 기초다. 언제부턴가 1인 독신이 많아지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가지는데 사회를 너무 쉽게 가볍게 살려는 것이다. 인생은 쉽게만 살아서는 안된다. 나와 가정과 사회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살 때 우리 사회가 변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초심불망(初心不忘)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가꿔나가야 한다.

-다문화·다원화·물질만능 시대 종교의 역할은?

△종교의 기능은 자비와 사랑의 실천이다. 불교의 기능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 불교가 좀 더 사회의 그림자 진 곳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바르게 바뀌도록 힘써야 한다.

소수자, 가난한 자, 병든 자 등 사회의 ‘아웃 사이더’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으로, 인격과 인권이 보장되고 물질적으로도 서로 나누며 사는 사회가 되도록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종교 역할이다.

작게는 인간의 행복이고 크게는 모든 생물의 온전한 존재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교리에 빠져 타 종교를 부정하고 그 이름(종교)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 인생은 유리알이 아니고 파도가 치는 바다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와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종교는 나보다 남을 위하고 가정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사랑의 실천이다.
 

지난 2월 산중을 대표하는 최고 어른 조실(祖室)에 추대된 중화 법타(法陀)스님이 불기 2565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銀海寺)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의 인터뷰 전 법당 앞에서 합장을 하고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법타(法陀) 스님은 지난 30여 년간 북한을 100여 차례 오가며 남북 불교계의 대화 창구 역할을 담당해 왔다. 최근에는 조선불교도 연맹을 해부한 ‘북한불교 백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1965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추담 대종사를 은사로 득도한 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학사·석사, 미국 클레이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월남전에 참전, 백마부대 백마사를 창건하는 등 각 군에 10여 개의 법당을 세웠고, 2020년에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승려 최초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해사 주지, 동국대 정각원장을 역임하고 2018년 동화사에서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지난 2월 26일 은해사 조실에 추대됐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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