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천지사 묘정스님과 연닿아 20개월 간 목불탱화 3점 제작

불기 2565년 부처님 탄생일을 맞이한 경북 구미시 도개면 만경산 천지사(주지 묘정스님)에 조성된 후불 목탱화가 신자들뿐 아니라 사찰을 방문한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목탱화는 후불탱화를 나무에 작업한 것으로 불당에 안치된 불상 뒤에 거는 불화로 본존불상 후면에 석가모니 부처가 법화경을 설파하실 때의 광경이나 화엄경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부처와 보살뿐 아니라 나한이나 시왕, 사천왕, 칠성, 독성, 산신 등 격인 낮은 신들의 것을 포함하며, 불상이 없이 단독으로 홀로 안치돼 예배의 대상이 되는 것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목탱화는 국내 사찰에 일부가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부처나 보살 등을 따로 조각해 붙이는 수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천지사의 목탱화는 나무 원판에 직접 부처나 보살 등을 조각해 5번의 옻칠을 올리고 금분을 입혀 완성했다.

신중전 후불목탱화를 설명하는 오수인 작가.

△목탱화를 조성한 오수인 작가

서울, 경기, 대구 등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오 작가는 어머니 고향인 구미 해평면에 내려왔다가 우연히 천지사 신자와 함께 절을 방문하면서 이 절의 주지 묘정스님과 연이 시작됐다

오 작가와 대면한 주지 묘정스님의 “보통 ‘기’가 아니다”는 말에 이끌려 대화가 시작되면서 평소 목불탱화를 준비하던 묘정스님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전공한 오 작가의 마음이 맞아떨어져 목불탱화 작업이 시작됐다.

가로 3m 20cm, 세로 2m 50cm 크기의 목탱화 3점을 만드는 작업은 2018년 11월에 시작해 2020년 6개월 동안 20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제작된 천지사 목탱화는 3점으로 본존불상과 신중전, 칠성전에 각각 봉안된 뒤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일반에 개방됐다.

천지사 주지 묘정스님과 후불목탱화를 둘러보고 있는 장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오 작가는 1980년 초 S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그림에 영혼이 없다”는 교수의 말에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어릴 때부터 성당에서 보던 스테인드글라스에 매료돼 있던 그는 ‘빛을 이용해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고 빛을 통해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고 싶어서 프랑스 아트리에 비트하이(Atelier Vitrail)로 스테인드글라스 과정을 배우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한 오 작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진량성당, 신음동성당, 구룡포성당, 압량성당, 하양성당 등과 수원교구 시화성베드로 성당, 안성성당 등에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작품을, 압량성당에는 제대 십자가를 스테인드 글라스로 작품으로 만들었다.

또 원주교구 사북성당과 고한성당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건축 성화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천주교 관련 작업을 하던 오 작가는 2011년 불교계 작업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경북 예천 수월사 혜성스님이 당시 법당 신축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자문을 구해와 도와주면서 불교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도개면 만경산 후불목탱화

△만경산 천지사 후불 목탱화

그러던 차에 지인과 함께 구미 도개면 만경산 천지사에 갔다가 주지 묘정 스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작품 얘기가 나오게 됐고 묘정 스님이 성당 성화를 많이 제작한 내용을 듣고 “절에도 인연을 한번 맺어보자” 며 후불 목탱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스님은 “천년 불사를 이루기 위해 기도를 하며 후불탱화 대신 목탱화를 제작하기 위해 나무 원판을 1년 동안 말리며 준비 중이었고 마침 오 작가를 만나 목탱화 작업을 의뢰하게 됐다.

오 작가는 “천주교 신자인데 어떻게 불화를 해도 되겠냐”라고 물었고 스님은 “(오 작가가) 그동안 기도를 많이 해서 이미 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작업을 해달라” 고 했다.

묘정 스님은 한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하루 작업을 시작하기 전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21독송을 한 뒤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42수진업 작품활동에 열중인 오수인 작가.

오 작가는 “”인간의 삶은 종교의 울타리 내에서 편안함을 얻고 위로를 받고 있다”면서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불교식 기도가 꺼려지지 않았다” 고 했다.

또한 “불교 신자가 아닌 내가 불교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불교 기도문을 바치고 작품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고 덧붙였다.

천지사 목탱화를 완성하자 묘정 스님은 42수진언 작업을 다시 의뢰했고 오 작가는 42수 진언을 목판에 오일 파스텔로 그리는 작업을 시작해 1세트 완성을 앞두고 있다.

불교계에서 42수 진언은 보통 그림으로만 표현하거나 범어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전부였는데 오 작가는 42수 진언의 그림에 범어를 자신만의 영어식 발음으로 옮기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어서체로 작품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오 작가는 “작가는 작품 활동 할 때 살아 있으며 작품이 나의 사상이고 종교이다”라며 “고양이를 17마리를 키웠는데 지금은 한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하늘나라에 간 아기들이 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고양이를 캐릭화한 작품들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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