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중국 사기의 무대는 춘추 5패가 자웅을 겨루던 2300년 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가 패권을 쥐느냐에 따라 역사가 바뀌는 시대였다. 포숙과 관중이라는 걸출한 참모를 둔 제나라 환공이 춘추 5패의 패자가 되었다. 오늘날 중국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 대한민국 야권에는 대권을 노리는 5명의 잠룡들이 승천을 위한 워밍업에 들어가 있다. 이미 대권을 향한 포문을 연 잠룡도 있지만 대부분 물밑에서 서로를 탐색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비록 공식적인 표명은 없지만 여야 통틀어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서서히 물 위로 부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열공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의 이름이 국민의힘 내부와 야권에서 부쩍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주목을 받는 인물은 최 감사원장이다. 그를 거론하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문 정권의 압박 속에서도 월성1호기 사건을 원칙대로 감사를 하고 친정권으로 알려진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하는 등 야권 대선 주자로서 기본을 갖춘 분”이라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플랜B’ 차원에서 대권 예비 후보 1순위로 올려놓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타 후보들보다 훨씬 앞지르고 있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처럼 중도 하차 할 경우에 대비해 최원장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국민의힘 일부 보수의원들 사이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로 국민의힘 진영을 초토화한 데 대한 책임이 크기 때문에 당에 들어와도 많은 비토 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 진영의 의원들은 최원장을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고 하고 있다. 최원장 본인은 대선과 관련한 주위의 질문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야권 인사들은 “대선 출마에 선을 긋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원장 주변의 많은 지인들은 최원장이 딱딱한 법관 출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에겐 인간적 스토리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두 명의 자녀를 입양해 훌륭히 키워내고,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등에 업고 다니는 등 숨겨진 미담들이 많은 개인사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 원장 주변에서도 그의 뜻과 무관하게 정치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또 다른 유력한 잠룡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지난해 7월 당시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의 이름도 함께 나왔다. 그때 윤 전 총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 그런데 10개월 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세상 참모를 일이 정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에도 김 전 부총리를 또 꺼냈다. “김동연이 경제 대통령 이미지로 (대선에) 나올 수 있다.” 지난 21일엔 “나라 경영 욕심이 있다”며 연일 그를 소환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전 부총리도 “청와대 정부도 바꿔야 한다”(17일), “현금복지 대신 기회복지로 가야 한다”(20일)며 연거푸 여권에 각을 세운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다음 달에 ‘기회복지’내용이 담긴 책을 출간한다. 책 출간과 함께 대권 깃발을 들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 밖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잠행을 끝내고 수면 위 부상을 준비하고 있다. 대권에 도전할 야권의 마지막 패자(覇者)의 자리에 과연 누가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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