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 정치가 계속되면서 그를 지지하는 여론층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돌아서고 있다. 시중에는 이런 윤 전 총장의 잠행에 대해 ‘전언 정치’ ‘간보기 정치’ ‘대변인 정치’ ‘견학 정치’ 등 갖가지 말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윤 전 총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공식적인 정치 선언과 국민의 힘 입당 여부, 제3지대 정치 등 앞으로의 정치 노선을 본인이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해야 된다. 이름값 올리기 위한 어설픈 신비주의 행태는 버려야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서고금을 통해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예는 없다”고 한 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윤석열’하면 “조국·추미애 겁박 사태를 거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항한 반부패 검사의 강골 이미지와 법치와 상식에 근거한 법 집행 의지의 발언 정도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윤 전 총장은 이 한계를 벗어나 국정운영의 능력을 국민 앞에 직접 보여야 한다. 그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대권을 노리는 장본인으로서는 빠른 시간 안에 정치참여 선언을 통해 시대정신을 밝히고 최고 공직자가 되기 위한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채 9개월도 남지 않은 기간에 ‘정치인 윤석열’을 검증할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검증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마 선언을 늦추는 것이라면 ‘공정과 정의’라는 이미지가 물거품이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요즘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후 지금까지 보인 행보는 사실상 대선판에 뛰어든 정치 행위였다. 그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 본인 스스로 입장을 내지 않고 ‘견학 정치’ ‘전언 정치’에 열중해 오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일방적으로 편집해 측근을 통해 ‘던지는’식으로 메시지를 내보냈다. 이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것이 언론과 여론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마디로 본인이 식당· 메뉴·식사 시간까지 다 정해 놓고 유권자한테 ‘주는 대로 먹으라’고 하는 일방통행식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윤 전 총장측 이동훈 대변인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해 “이 문제는 국민이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윤 전 총장의 일괄된 입장”이라고 밝히고 “국민이 소환해서 나온 것인데 국민이 가리키는 데로 따라가려는 것이 윤 전 총장의 방침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가 아니고 윤 전 총장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민의힘 당내 대선주자들인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향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측은 국민의힘 쪽에서의 입당 권유에 대해 지난 15일 “대선 출마 공식 시점은 6월 말 7월 초”가 될 것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 전 총장 입당 시기에 대해 “대선이 내년 3월이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당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훈련된 유권자인 당원들이 막판에 ‘뿅’ 나타난다고 해서 지지해 줄 것도 아니다”고 했다. 윤측 이 대변인도 같은 날 “국민의힘에 그냥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윤석열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고 말한 뒤 “윤 전 총장도 그런 캘린더를 염두에 두고 국민의 여론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은 윤 전 총장측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스스로 거의 입장을 내지 않고 ‘전언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측 대선 출마 발표도 여론의 ‘이준석 효과’와 ‘간보기 정치’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반응에 서둘러 공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론은 내 손안에 있다”는 자만심은 나를 죽이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 B프랜’도 이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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