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격동의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선언은 비장했다. 첫 일성이 “국민을 약탈하는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자”고 외쳤다. 하루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도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숙고를 하겠다”면서 사임을 했다.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합류를 예고한 셈이다. 여당은 본선경선을 위해 예비 후보신청을 지난달말까지 3일간 받았다. 무려 9명이 대선 출정 신청서를 냈다. 벌써 후보들끼리의 합종연횡도 시작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단일화를 선언하는 등 ‘이재명 대세론’을 막기 위한 ‘비이재명’ 합종연횡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 지사를 향한 공격도 가해졌다. 지난달 30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검찰개혁은 시기상조라”고 말한 이재명 지사를 향해 “尹석열에 눈감고 검찰개혁은 시기상조라고 한 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여권 지지율 선두의 이재명 지사는 1일 대선 공식 출정식을 가졌다. 비대면 영상 출마 선언 방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지사 캠프 대표에는 5선의 조정식 의원, 비서실장에는 옛 박원순계 핵심인 3선의 박홍 근의원, 대변인단의 수석대변인에는 재선의 박찬대 의원이 맡았다.

야권의 대선 판세에는 ‘윤석열 대 최재형’ 구도가 자리잡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면 그야말로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에 민주당은 “정권 저주만 퍼붓고 자기 신념이 없다”고 혹평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고 폄훼했다. 정청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옛날에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검사냐, 깡패지’라고 했다”며 “그런데 검찰총장직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았다. 그럼 그게 정치깡패 아니냐”고 비판했다. 30일에는 윤 전 총장 부인에 대한 ‘지라시’류의 소문도 유튜브와 인터넷에 등장하고 추미애 전 장관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아내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에 대해 들어봤다”고 항간의 의혹을 키웠다. 그러자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가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경악스럽다. 이렇게까지 정치를 저질로 만들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대선판이 ‘아사리’판이 되고 있다. 여권의 최 전 감사원장을 향해서도 비난의 말 폭탄을 퍼트렸다. 민주당의 이광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명권자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 최재형·윤석열은 호가호위의 ‘’반사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두 사람에 대한 여권의원들의 저주에 가까운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 전 원장에 대해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며 “충분히 공존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한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홍준표 등 당내 대선 주자들을 향해 “당 밖에 있는 범야권 후보군이 함께할 수 있도록 우려 섞인 비판의 메시지는 삼가 주길 권한다”고 주문했다. ‘맏아들이 돌아왔다’며 복당을 한 홍준표 의원은 야권의 잠재적 경쟁 관계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대해 가시가 있는 막말을 쏟아내자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당내 중진들도 “말을 삼가해 달라”며 제동을 걸고 나왔다. 최 전 원장은 이달 중순경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8월 초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을 돕는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지지그룹은 5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국민의힘과 ‘지향하는 정치철학은 같다’고 밝힌 윤 전 총장은 입당에 대해서는 “만약 필요하다면 입당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30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8월 중순께 입당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 전 원장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며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단일화가 난제로 남겨졌다. 국민의힘 내부 주자로서는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들이 대선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정식에는 정진석, 권성동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 24명과 무소속 송언석 의원 등 현역의원 25명이 참석했다. 물고 물리는 대선전이 이제 본격화되면서 여권에서 몰려오는 혼탁의 열기가 대선판을 가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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