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여 동안 언론 등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단어가 ‘공정’ ‘평등’ ‘정의’ 세 단어일 것이다. 문 정부가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롭게 국정 운영을 폈다면 언론들이 이렇게 자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 단어 가운데서도 유독 ‘공정’이라는 단어가 횟수로는 더 많이 차용됐다. 이를 증빙하는 사례가 내년 대선 경선에 나온 여야 예비 후보들이 밝힌 정책에 공통으로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가 ‘공정’이다.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출마 선언에서 ‘공정과 상식’을 주제로 하여 9차례에 걸쳐 ‘공정’을 거론했다. 그는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다”고 했다. 민주당의 예비 선두주자 이재명 지사 역시 며칠 전 출마 선언에서 “역사적으로 공정한 나라는 흥했고 불공정한 나라는 망했다”며 “공정성 확보가 희망과 성장을 가능케 한다”며 ‘공정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공정을 13회나 언급했다. 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6일 출마의 변에서 “청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공정에 항의합니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고 했다. 그는 선언문에서 불공정·불평등을 수차례나 거론했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당 후보들조차 ‘공정’을 출마의 변에 올리는 현실은 무엇을 말한다고 볼 것인가. 그만큼 이 정부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반증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여야 후보들은 문 정권의 ‘선택적 공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정부의 대표적 불공정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예비경선 후보자 8명 전원이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패’를 했다는데 동의를 표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거지’가 생겨나고 있는데도 이 정부 권력층 인사들은 불공정하게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리며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으로 혜택을 입은 공무원들이 아파트 1채당 평균 5억원의 불로소득을 얻었다는 경실련의 최근 발표가 있었다. 여기다 LH 사태와 최근 사퇴한 청와대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사례가 불공정의 대표적 케이스다.

특히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쥔 586세대가 신분 세습을 위해 불법과 편법, 특혜를 일삼는 모습에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조국 사태가 상징한다. 2030MZ세대가 야당 후보에 몰표를 던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징표로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데도 이 정권은 국정 운영 방향의 수정도 없이 ‘마이웨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친문 강경파의 문자 테러가 이들의 입을 막아 버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국정운영 실패로 반전(反轉)이 돼 집권세력을 조롱하는 수사(修辭)가 됐다.

연말이 되면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돌입한다. 요즘 예비경선을 치르는 집권 민주당 후보들 간의 정책 검증이 정도를 벗어나 통속적 소재로까지 번져 저급한 용어가 오가는 등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민주당 후보 TV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총리로부터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논란에 대한 해명 요구를 받은 이재명 지사가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한 발언을 두고 이낙연·박용진 후보와 정 전 총리가 합세하여 이 발언을 문제 삼아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반이재명’에서 ‘反바지동맹’이 되었다며 사태를 희화화했다. 이날 이 지사 편에 선 추미애와 이지사를 묶어 ‘명추연합’ ‘재미연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 지사 바지 발언을 두고 당 회의에서 “성추행 전문당이라는 저잣거리의 비아냥이 무색할 만큼 민망한 일이고 저급한 막장 토론”이라고 비판했다. 이래서 표를 모을 수 있다면 대중목욕탕에서도 토론회를 열 기세들이다. 대선 후보답게 자중의 모습들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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