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문재인 정권 교체의 핵심 카드로 꼽히는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최재형 전 감사원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3인방이 지난 20일 자로 대선 링 위에 모두 올랐다. 이들 모두 정권교체의 핵심 카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와 문재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 3인방의 평가를 시간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그의 이런 훈수 표변(豹變)은 정치권에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야권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행보’ ‘저렴한 거간꾼’ 등 다양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 참여를 시사한 김 전 부총리를 ‘게임체인저’로 부상시킨 반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했던 윤 전 총장과 “나라에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던 최 전 원장에 대해서는 “비전이 없다” “막연하다”며 평가절하했다. 이런 김 전 위원장의 말 바꾸기에 야권 대선판도 어지러워지고 있다.

지난 3월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사퇴 직후 지지율이 급증하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대권 고지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별의 순간’은 그가 오래전부터 대권 잠룡을 칭할 때 즐겨 쓰던 표현이다. 당시 그는 “윤 전 총장만큼 현 정부에서 용감한 사람은 없다. 정무적 감각이 상당하다”며 극찬했다. 그러나 4개월 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로 돌아섰다. 최근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을 한 최 전 원장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왜 정치에 참여했는지 분명하게 얘기한 게 없다”며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을 “사심이 없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각책임제 지지자인 그는 최 전 원장을 개헌론자로 분류하며 기대를 했다. 지난 6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통령 5년 임기 가운데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직 사퇴 카드로 ‘개헌’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해 이 같은 발언을 지레짐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지난 16일 제헌절을 맞아 ‘국민께 드린다’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문제”라며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 전 위원장의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도 개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광주 5·18 민주열사묘역을 방문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강조하며 개헌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는 달리 김 전 경제부총리는 자서전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정치 영역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것”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의 평소 소신인 ‘내각제 개헌’과 코드가 맞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책 출간과 함께 대권 도전을 시사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김 전 부총리는 ‘정권교체보다 정치세력 교체가 더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말을 했다”며 “그가 정치 선언을 하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면 경제대통령이란 말이 나오게 돼 있다”며 김 전 부총리의 부상 가능성을 점쳤다. 김 전 위원장의 이런 훈수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세 대권 주자는 문재인 정권 사람이었으나 문 정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오만, 독선의 민낯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고 이에 맞서 소신껏 저항하고 공직을 던진 이 시대 보기 드문 용기 있는 사람들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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