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행태가 시간이 갈수록 함량 미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내년 3월 9일이면 이 나라를 5년 동안 통치할 대권을 거머쥐게 된다. 지금의 잣대로 이들을 재단하면 대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없어 보인다. 모두다 과거를 소환해 상대를 헐뜯는 네거티브전에는 유능하나 거대한 국가 운영이나 민생 문제에 대한 비전은 국민에게 보이질 못하고 있다. 특히 집권당 더불어민주당 후보 6명은 친문 쪽 표를 의식해 하나같이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당 지도부에서 28일 후보 간 비방전 자제를 위해 ‘원팀 협약식’까지 가졌을까. 여권 대선 지지율 1·2위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의 사생결단식 물귀신 작전은 목숨을 걸었다고 할 만큼 치열하다. 돌직구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 지사의 이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은 무차별적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 탄핵때 이 전 대표가 찬성을 했다며 친노·친문표를 의식해 돌직구 공격을 했다. 이 전 대표도 즉각 “반대표를 던졌다”고 맞섰다. 정세균 전 총리는 “나는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고 끼어들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낙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고 이 지사 편을 들고 나왔다. 왜 이들은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소환해 ‘배신자’로 서로 심판을 하겠다고 하는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민주 당원만 있는가.

경북 출신인 이 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백제(百濟) 발언’으로 지역 논쟁에까지 불을 댕겼다. 이 지사는 지난해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당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당시에 이 전 대표가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계셔서 이분이 대선에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歷史)’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후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어 버렸고 지금의 확장력을 보면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 받을 수 있는 후보는 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즉각 “호남 불가론을 말한 것이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 캠프에서도 “이 지사는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인가”라며 공세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역주의 조장을 하지 말자고 해놓고 되래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백제 논란’은 충청권으로 옮아 붙었다. 백제 옛 수도인 공주·부여 출신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백제를 시원찮은 어느 부족국가쯤으로 여기느냐”며 이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전북 출신 정세균 전 총리도 “도대체 경선판을 어디까지 진흙탕으로 몰고 가는 것이냐. 지금이 삼국시대인가”라며 반발했다. 영남 출신인 김두관 의원은 “앞뒤를 보니 이 지사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며 “떡 준 사람 뺨을 때리면 되겠나”라고 이 지사 편을 들었다. 여권 대선 경선이 ‘바지 논란’을 시작으로 ‘적통(嫡統) 공방’ ‘대통령 지켜달라는 전화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논쟁’에 이어 ‘백제 지역주의 조장발언’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야당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 외곽을 배회하며 입당에 대해 모호한 표현을 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친윤(親尹), 반윤(反尹)으로 나눠져 계파세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윤석열 지지의원 40명이 집단으로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자 반윤쪽 의원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다 윤 전 총장의 ‘탄핵의 강으로 회귀’하는 듯한 지난 20일 ‘대구 발언’으로 당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친박·비박 싸움으로 당이 쪼개진 아픈 과거가 제대로 아물지 못한 국민의힘이 ‘윤석열’이라는 야권 대선주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모호한 발언으로 또다시 친윤·반윤의 고질적 당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 이런 당과 후보들에게 과연 표를 주고 싶은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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