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최근 잦은 설화(舌禍)로 당내 대선 예비후보들과 민주당 대선주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지지율도 떨어졌다. 윤 후보의 설화가 기본적으로 본인의 현실 파악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순간적인 말실수였는지 흥미로운 분석들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윤 캠프측의 ‘탄핵’ 발언으로 이준석 당대표 간의 갈등이 폭발 직전에 놓였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켐프가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더 이상의 설화나 당 지도부와의 불화가 발생하면 ‘지지율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캠프측이 ‘레드팀’ 가동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권 공격에만 집중하면 반문재인 정서로 인한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고 반대와 분노의 정치에 사실상 집중했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자신만의 국정 운영 비전과 철학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윤 후보의 ‘설화’도 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할 때 터져 나왔다. 대표적 ‘설화’가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게임 개발과 관련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윤석열 후보의 시대착오적 노동관에 경악한다”며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주 98시간 노동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에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은 없었다”는 발언으로 신문사 측이 기사를 삭제하는 등의 파문이 있었다.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폭탄 발언이 터졌다. 또 전날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저서를 인용하면서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있자 “가난한 이들은 질 낮은 음식 먹어도 되느냐”는 비판과 함께 신문 만평에 이 발언을 풍자하는 만평이 봇물을 이뤘다. 지난 2일에는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도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또다시 정치권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20일에는 대구 동산병원을 방문해 문 정부의 코로나 초창기 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다”고 지역감정을 유발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에선 “지역에 대해 편파적인 감정과 역사에 관하여 올바른 인식이 없다”며 “유체이탈적 사고”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 발언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님아, 그 (탄핵의) 강에 빠지지 마오”라고 윤 후보에게 보호막을 쳤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8일에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공개 조사한 후 불구속 기소할려고 했었다”고 친박 쪽을 향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있자 같은당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이제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이 다 되었다”고 비판했다. 김태호·원희룡 후보는 “비겁하다”며 “과거로 회귀해 정권교체의 희망을 스스로 짓밟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이낙연 캠프는 “지지율을 위해 무엇이든 부정하는 이중성까지 더해졌다”며 강공을 퍼부었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앞으로 윤 후보가 더 이상의 ‘설화’가 없이 중도층을 끌어안을 콘텐츠를 가진 인물로 변하지 않으면 11월 초에 있을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누가 될지는 유동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 윤 캠프측은 각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단 4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임에도 대선 때마다 자리를 쫓아 모여드는 불나방들로 세를 과시하려는 행태는 조폭 세계나 쌍팔년도의 자유당 때나 통할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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