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두 대통령이 속했던 당에 입당을 하고 대선 후보로 나섰다. 이런 염치없는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 국민들은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을 했다. 이준석 그는 이 당 소속 최고위원직을 유일하게 지내고 언론에는 단골로 나와 얼굴을 알리고 했으나 3차례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37세의 ‘0선’ 젊은이 신세에서 국회의원 102명이 소속된 당의 대표가 되는 대한민국 정당 사상 전무후무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 모든 것이 야권 지지자들의 정권교체를 해보자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아니면 성사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비장한 결심에서 시작된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첫걸음을 떼자마자 제식구 바짓가랑이 잡고 ‘너는 죽어야 된다’는 이전투구의 당으로 변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지지 국민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다.

지난달까지 여야권 통틀어 대선 지지율 1위를 유지했던 윤석열 후보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은 윤 후보가 중도층과 탈 진보세력의 지지까지 끌어모으는 야권의 통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랬다. 그러나 그는 당 대표가 서울을 비운 날에 ‘기습입당’을 하고 함께 입당을 바랬던 나머지 야권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버렸다. 통 큰 정치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여 주질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우겠다“고 한 그는 반문(反文) 기치만 높이다 연이은 실언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까지 하향세를 타고 있다. 여기다 ‘봉사활동 보이콧’등으로 이 대표와 사사건건 부닥쳤다. 윤 후보 캠프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폄훼한 ‘돌고래·멸치’ 발언에다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류해 “전화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등 사소한 집안싸움을 온 동네로 떠벌리는 등 정권교체라는 당 목표는 내팽개쳐진 형태다. 이게 문재인 정권을 바꿔 보겠다고 당 대표가 되고 대권에 출사표를 던진 지도자들의 모습인가.

이준석 대표는 대한민국의 가장 불우한 세대에 처한 ‘2030’ 젊은이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제2의 데이비드 캐머런(전 영국 총리)’이 되길 바랬다. 그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했던가. 덕을 넘어서는 재주는 자신에게 반드시 재앙을 가져온다고 했다. 권위의 위상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투정(?)에 가까운 막말로 대선 후보들과 부딪히는 돌출 언행은 정권교체와 자신에게 백해무익하다. 이 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뽑아준 당원들과 국민들의 기대가 무엇인지를 초심으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대표와 후보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정권교체를 할 의지나 있는지 의심케 하고 있다. 여기다 중도 확장세를 노렸던 국민의당과의 통합 결렬은 확장성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후보들 토론이 취소되고 비전발표회로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공정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언행은 삼가 하고 후보 캠프에서 ‘탄핵’ 같은 발언도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경선 흥행은 후보들에게 맡기고 대정부 투쟁과 당 혁신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30대 젊은 대표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비전 있는 당의 혁신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앞으로 이 대표와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어 자신의 ‘파이’를 키우려는 ‘꼼수’를 버리고 젊은 대표에 대한 포용력도 보여 줘야 된다. 지난 4.7재보선의 승리가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만한 여당이 싫어서였는데 그걸 거꾸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마치 권력을 넘겨받은 착각에 빠져 헤게모니 쟁탈을 하고 있는가. 2002년 대선 때 다 이긴 줄 알고 오만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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