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우린 한 번도 겪지 않고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은 저잣거리의 쓰레기와 다름없는 저급한 막말이 쏟아지고 불평등 내로남불의 사회에 지금 살고 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온 평범한 국민이면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겪다 보면 조금씩은 돌고도 남을 경험을 하고 있다. 국정을 쥐고 흔드는 최고위 집권층 사이에서 이런 막말류와 불공정 특권이 횡행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두 눈 뜨고 저급해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정말로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권의 진영 갈라치기와 권력 독점, ‘홍위병’을 뺨칠 ‘대깨문’의 여론 횡포, 절대 다수의석에 의한 의회 입법 독주, 나라의 곳간이 어떻게 되든 5년 차 나랏빚 400조원을 늘리는 포퓰리즘의 부채경제 정책 등 말할 수 없이 많은 비정상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평등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법 앞에 특권 신분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정권편에 선 검찰간부와 공무원은 범죄를 저질러 기소가 되어도 승진 가도를 질주했다. 여당의원들은 기소돼도 재판을 끌어 임기를 다 채우고 있다. 입시 반칙과 내로남불의 상징인 조국 전 장관을 예수의 반열에 올린 인물도 있다. 기가 찰 일이다. 최근 경기도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가 이낙연 후보에게 “정치생명 끊겠다”는 등의 막말 사건으로 자진 사퇴한 황교익 씨가 2020년 12월 24일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 1심 판결 뒤에 이런 글을 썼다.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가시왕관이 씌어 졌고 십자가를 짊어졌다” “검찰개혁 않겠다 했으면, 법무장관 않겠다고 했으면 걷지 않았을 길”이라며 “예수의 길이다. 예수가 함께 걷고 있다”고 했다. 가히 이 시대 최고의 아부성 찬미의 글이다. 문 대통령을 ‘세종대왕’에 견주고 ‘문비어천가’를 외친 친문들의 글은 이글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코로나19로 군 장병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청해부대에 공중급유기를 보내는 아이디어를 대통령이 직접 냈다고 발표한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의 발언도 가히 아부의 백미다.

이뿐이 아니다. ‘막말’로 윗사람에게 충성심을 보이고 ‘다음’을 보증받기 위한 ‘횃불정권’을 향한 막무가내식 충섬심의 험한 말 잔치가 국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근래 막말의 백미는 언론중재법 처리가 미뤄지자 페이스북에 자당 출신 6선의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박병석…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써 ‘개를 지칭하는 듯’한 ‘개XX’란 욕설 논란에 휩싸였던 초선 김승원(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일 것이다. 그는 논란이 되자 변명성 글을 일곱 차례나 고쳐 섰다. 그의 전직이 법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전직 장성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방송에서 “참 쪽 팔리는 일로 속되게 말해 별값이 똥값이 됐다”고 했다. 전역해 민간인이 된 예비역 군인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에 대해 무슨 잣대로 이런 저급한 말을 뱉는가.

‘저질 말’의 나비효과 때문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51) 변호사가 원로 철학자 김형석(101)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저주의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정신이)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했다. 또 “나는 적정한 수명은 80이 한도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한국 대표 지성인을 ‘노망난 노인’ ‘80을 넘게 살면 죽어야 한다는 식’으로 폄하했다. 사전에는 인간 도리를 짓밟는 행위를 ‘패륜’이라고 했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진면목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