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대선 본선이 다가오고 있으나 막상 찍어줄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 요즘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이다. 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통틀어 10여 명의 후보 가운데 ‘이 사람이다’할 인물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당내 TV토론회에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와 불거진 ‘주술 논쟁’으로 대선판을 희화화하고 있고 ‘고발사주’ 의혹, 위장당원 가입 논란, 잦은 말실수로 시간이 지날수록 국정철학에 회의감을 주고 있다는 세평이다. 윤 후보는 TV토론회에 ‘왕’자를 손바닥에 쓰고 나올 경우 국민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하는 정도는 숙고를 해 봤어야 했다. TV에서 손바닥을 본 사람은 “내(윤 후보)가 왕이다”는 직감을 버릴 수가 없다. 조선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자체가 윤 후보의 정치철학에 문제점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다 캠프 대변인은 (5차 토론회) 전에는 ‘왕’자를 쓰고 나온 일이 없었다고 했으나 3·4차 토론회에서도 ‘왕’자가 쓰여져 있었던 사실이 바로 드러났다. 그러자 “동네 할머니들이 토론회 갈 때 몇 차례 힘 받으라고 적어 줬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 후보 본인이나 켐프 인사들이 문제가 불거지면 사실에 대한 설명과 솔직한 시인은 하지 않고 무조건 ‘아니다’는 식의 부정적인 태도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범죄자의 상투적인 수법과 다를 바가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더 가관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야 대선 후보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등 책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도 “나는 관련이 없다”는 식이다. 특히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특혜를 해소한 것”이라고 했다. 또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웠던 대장동 사업에서 측근 인사가 배임·뇌물등 혐의로 구속됐는데도 사과조차 거부하고 도리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도 대규모 공약 사업에서 비리가 터지면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대장동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표적 개발사업으로 이지사 스스로 “직접 설계했다”고 했었다. 그런 사업에서 민간 업자가 8000억원대 천문학적 특혜를 얻고 측근이 구속까지 되었는데도 당시 시장이었던 사람이 “직원 ‘관리’ 책임만 지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말 장난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윤석열 후보와 최근 당내 경선에서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부산·경남 지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당의 하태경 후보를 향해 “(저놈이) 그때 우리당 쪼개고 나가서 우리당 해체하라고 ‘지랄하던 놈’”이라고 말하는 등 대통령 후보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을 쏟아냈다. 하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쥐 팬다’든지 ‘지랄한다’든지 식으로 욕설에 가까운 말을 섞어 가면서 하는 게 보수진영 후보로선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에게 이같이 많은 흠결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특이한 공통점은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후보 본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겠지만 이 같은 기현상의 이면에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지층은 지지 후보의 우선 순위가 도덕성이나 품격과는 상관없이 ‘정권 탈환’이냐 ‘정권 재창출’이냐는 절체절명의 ‘상대방 죽이기’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와 이 후보가 ‘예선 지뢰밭’을 지나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