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소수의 민간개발 업자들에게 8000억원대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안겨준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은 핵심 인물인 ‘그분’을 밝혀내지 못한 채 대선판을 흔들며 정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의혹 사건은 수원에 본사를 둔 지역지 경기경제신문사 대표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중견 언론인 박종명씨의 용기로 지난 8월 30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제보를 토대로 쓴 “이재명 후보님,(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란 한 편의 칼럼이 계기가 됐다. 칼럼에는 “개발사업 시행관리 실적이 전무한 화천대유가 2015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불하받는 등 특혜 의혹이 있고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대장동 택지를 매각, 분양해 6000억원대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폭로했다. 박 기자는 “제보자가 구체적인 제보를 해온 데다 첨부한 자료가 신뢰가 있는 팩트로 생각돼 보도를 하게 됐다”고 칼럼 게재 배경을 밝혔다. 처음엔 박 기자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고 한다.

문제의 화천대유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무조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박 기자가 “뭐가 잘못됐는지 반론이나 해명을 해주면 그대로 기사화해주겠다”고 했으나 화천대유측은 “다 필요 없다. 무조건 기사만 삭제해 주면 된다”고 요구했다. 거절을 하자 화천대유측은 박 기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뭣이 구렸는지 언론중재위 절차도 제쳐놓고 고소부터 먼저 시작했다. 닷새 뒤엔 명예훼손에 의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화천대유는 고소장 내용에서 문제의 칼럼 내용을 ‘정치적 의도’로 몰았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를 흠집 낼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상세하게 적었다. 박 기자는 화천대유측의 기사삭제 요구와 고소장 내용 및 벼락치기 형사고소 등을 볼 때 “너무 큰 사건을 건드렸구나”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국감장은 온통 ‘대장동 특혜 의혹사건’으로 도배를 하면서도 이 사건의 몸통인 ‘그분’에 대해서는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차례 했으나 시장실은 제외했다. 경기도와 대검찰청 국감에서도 시장실 제외에 대한 이유를 의원들은 캐내지 못했다. 그래서 국정 조사가 헛돌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대부분 국감장은 국감이 시작되면 의원들의 고성부터 들린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스타 의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역대로 질의를 잘한 국민적 스타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1988년 통일민주당 초선의원으로 전두환 5공 정권의 정경유착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맹활약했다. 당시 노무현 의원은 행동은 거칠었으나 정확한 팩트와 절대 무너질 수 없는 논리로 상대를 압도했다. 증인 신문을 통해 궁지로 몰아넣은 뒤 속 시원한 답변을 이끌어 냈다. 당시 클라이맥스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노 의원이 자신의 명패를 집어 던진 사건이다.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속 시원했다는 평도 뒤따랐다. 야당측 증인으로 나온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는 “칼 든 강도한테 (돈을) 빼앗겼다”는 증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는 이 청문회서 전국적 ‘스타 국회의원’으로 급부상했다. 노무현 당시 의원은 정주영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여기 서 있는 노무현은 증인석에 앉아있는 증인(정주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현대라는 거대기업군을 일궈놓은 정주영 회장에 비해 고졸 출신의 변호사이자 초선의원인 노무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화법을 사용, 국민들의 지지를 한꺼번에 끌어모았다. 민주당이 지난 9월 줄기차게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켜 통과시키려고 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더라면 아마도 ‘대장동 게이트’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배당금 나눠먹기 사건은 영원히 묻혀 졌을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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