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세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고자 그의 희곡에서 한 유명한 말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반드시 그 위치와 권한에 걸맞은 자격과 도덕성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5일)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가 발표되면 제20대 대통령 선거전은 사실상 본격화 된다. 일찌감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는 전국을 휩쓸며 갖가지 정책들을 쏟아 내는 말 잔치를 펼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 양당의 정책 제안은 홍수처럼 쏟아질 것은 불문가지다.

민주당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코로나로 인한 국민재난지원금을 1인당 30만-50만원은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또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그는 “한 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제안한다”고도 했다. 김부겸 총리는 “여력이 없다”면서 “주머니를 뒤진다고 돈이 나오나”라며 공개적으로 반대를 했다. 이에 이 후보는 “국가부채 비율이 너무 낮아 비정상”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미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맞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 충돌이 불 보듯 뻔한 이슈이고 이처럼 논란이 큰일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대장동의 덫’에서 벗어나려는 일종의 ‘시선 돌리기’ 전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관가에선 이를 “공식적으로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된 만큼 자신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다”고 풀이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여러 차례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5차 재난지원금 때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고, 88% 지급이 결정된 뒤에도 보란 듯이 도 예산으로 경기도민 100%에 지원금을 나눠줬다. 기재부를 향해 “지나치게 오만하고 강압적”이라며 날을 세웠고, 홍 부총리를 두고는 “경제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질타했다. 이 후보 측은 ‘기재부 해체론’이란 채찍도 꺼내 들었다. 지난달 27일 싱크탱크 ‘성공포럼’에선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론을 제기하며 검찰·감사원과 함께 기재부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 후보는 또 ‘양육비 국가 대신 지급제’ 추진 의사도 밝혔다.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책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서 “(대통령이 되면)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도 말했다. 전체 음식점 숫자 상한선을 둔 뒤 폐업한 곳만큼만 개업하도록 정부가 관리 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음식점들이)200-300만원 받고 (권리금을) 팔 수 있게”라고도 했다. 영업 중인 음식점 업주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듯한 발언으로까지 보인다. “세상에 음식점까지 통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냐. 전체주의 국가냐”는 논란이 일자 그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돌렸다. 주4일제 근무제 도입 발언에 대해서도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이르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장동 역풍’을 잠재울 수 있는듯한 파격적인 공약 도입 가능성을 던져 놓고는 역풍이 불면 말을 돌려 하는 화법을 사용하면서도 이런 정책들을 완전히 포기한다고도 말하지 않고 있다. 언제 또 ‘두더지 게임’같이 공약으로 불쑥 내밀어 국민의 이목을 잡을지 모른다. 대권을 잡으려는 정치 지도자 정도면 한번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질 줄 아는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던져 놓는 말들이 한갓 ‘말 잔치’로 끝날 허언과 망언에다 막말이 대부분이다. 이래서야 국민들이 무얼 믿고 표를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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