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방식 변환 못해 대부분 방치…무리한 사업추진 '혈세낭비' 지적

대구 서구의 한 법인택시 업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모습. 전기 충전기 모니터에는 ‘비상정지 스위치 ON’이라는 문구가 송출돼 있었고,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김현수 기자.
속보=대구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1세대 전기차 충전기(경북일보 10월 15일 자 1면 등 보도)가 결국 철거된다.

해당 충전기가 단종되면서 르노삼성 SM3 충전방식인 교류방식에서 직류방식으로 변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1세대 전기택시(SM3 Z.E)를 도입하면서 설치한 40대의 전기차 충전기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1세대 전기택시를 영업용에서 업무용으로 전환해 사용 중인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충전기 대부분이 방치되고 있었다.

시는 2016년 4억6800만 원을 투입해 법인택시 37개 업체에 중속 충전기(충전전력 22㎾) 38대와 완속 충전기(충전전력 7㎾) 2대 등 40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여기에 르노삼성에서 완속 충전기 10대를 추가 지원해 총 50대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됐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 커넥터가 르노삼성의 SM3만 충전이 가능한 AC 3상 7핀 형태로 최근 판매량이 높은 현대·기아 전기자동차는 해당 충전기로 충전할 수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충전기 설치 업체에 호환이 가능한 방안이 없는지 문의했다”며 “완속 충전기의 경우 커넥터만 교환하면 다른 전기차도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속 충전기의 경우 교류방식에서 직류방식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조사 측에서 해당 모델이 이미 단종돼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제조사는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도 “해당 모델이 2019년에 단종 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다른 모델의 경우 47만 원의 업그레이드 비용만 부담하면, 전환이 가능하지만 단종된 제품이라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가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철거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시가 전기차 선도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 1세대 전기택시를 무리하게 도입하고는 별다른 사후관리가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의 세금인 예산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집행할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원들이 일삼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이러한 예산낭비가 결국 행정불신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완속 충전기 사용을 원하는 법인택시 업체에 대해 커넥터 교체방법을 알리고, 급속 충전기를 도입을 추진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업체가 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급속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며 “차고지를 개방해 민간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조건이 있지만, 전기택시가 많은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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