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 2030세대를 잡아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주문이다. 국내 인구의 34%(1700만명)를 차지하는 2030 세대를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은 지난달 26-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대 18.1%, 30대 19.4%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20대(22.4%), 30대(29.2%)로 윤 후보보다 20대 4.3%, 30대 9.8%포인트가 높게 나왔다. 두 후보 모두 평균 지지율보다 2030세대들로부터 낮은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 윤 후보는 당내 최종 대선후보 경선에서 청년층의 절대 지지를 받았던 홍준표 후보를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홍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의 표심을 어떻게 끌어안느냐에 따라 대선의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지금으로써는 홍 후보를 지지했던 청년층이 국민의힘 주자인 윤 후보로 이동한다기보다는 ‘마음 둘 곳’을 못 찾고 있는 ‘집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도 윤 후보는 홍 후보로부터 20-40대 지지율이 낮다는 점에서 “398 후보(20대의 3%, 30대의 9%, 40대의 8% 지지율)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었다. 홍 후보의 지적처럼 이번 당내 경선에서 윤 후보가 젊은 세대의 지지가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지지 덕분이다. 이 때문에 정치평론가들은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라는 평을 했다. 본선 경쟁력을 놓고 봤을 때 큰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윤 후보 캠프에서도 “2030이 윤 후보에게 부정적 태도를 갖게된 단초가 이 대표와의 갈등을 벌이던 때”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2030세대들로 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윤 후보도 이에 부합하듯 지난 6일 후보 선출 첫 일정으로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고 당 최고위원회서 이 대표로부터 비단 주머니 2개를 받았다.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전달한 비단 주머니에는 윤 후보를 위해 청년층을 끌어 올릴 여러 복안이 들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이제 청년층 민심이 이번 대선판에 최대의 ‘캐스팅 보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30 세대를 포함한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SNS 활용에 능숙한 MZ세대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듯이 같은 세대 간의 공감대 형성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후보들의 국민 호감도가 낮은 것도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대선 후보자 국민 호감도 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 32%, 윤석열 후보 28%로 나타났으며 비호감도는 이 후보가 60%, 윤 후보 62%로 나왔다. 역대 대선 후보들 중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게 나온 예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높은 수치들이다. 이 수치대로라면 유권자들은 불행한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내가 좋아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지 못하고 차악(遮惡)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대통령 후보 시절 군중에 휩싸여 유세를 하던 중 느낀 감정을 오바마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실제보다 과장된 희망의 상징이자 수백만 가지 꿈이 담긴 그릇이 되었다. 지지자들을 실망 시킬 때가 오지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고 술회했다. 오바마는 매일매일 국민들의 꿈과 희망의 무게를 두려워하며 선거에 임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대선판은 어떠한가. 네거티브와 난타전에다 검증되지 않은 과거의 흠결을 들추어내는 ‘이판사판’의 사생 결단식 선거가 정국을 휘덮고 있다. 비 온 뒤 쏟아지는 햇빛처럼 국민의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는 후보가 승리자가 된다는 사실을 후보들은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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